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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작업실 Dec 24. 2024

선물의 힌트

내가 가진 재료

감정을 허용한다는 말은 감정을 느끼라는 뜻이다.

평소에 감정이 무던한 편이라 별 탈 없이 느껴진다고 해도 일주일만 지나도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감정과 함께 수북이 쌓여있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들도 어린 시절 노래라도 나오면 떠올렸다는 생각조차 하기도 전에 그 시절의 들었던 내가 불쑥 나온다.

감정에 끌려가고 감정에 잠식당하고 감정에 갇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안에 너무 많이 쌓인 감정을 돌보라는 신호를 보낸다. 수많은 신호 중에는 무기력증이 있고 그래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감정을 느낄만한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게 된다. 혹 그런 감정을 일으키는 노래만을 주야장천 듣게 된다. 그럼에도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면 사고나 황당한 실수로 내가 절대로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을 한꺼번에 해소할 사건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니면 타인이 그 감정을 해소하게 도와주는 역할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쌓아두고 밀쳐내고 있는 감정은 티탄신족의 흉측하다고 숨겨두었던 열등감 섞인 자식과도 같다. 땅속에 숨기기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지하세계에 숨겨두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봐도 풀리지 않는 감정들이 있다. 그런 것은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의 감정을 마음 놓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헛헛한 외로움은 있지만 되려 만나기만 하면 더 허전한 감정을 느낀다면 그때는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만날 때이다. 더 자세히 말해 자신이라고 우기는 감정적인 자신을 만날 때이다. 


삶을 살면서 어떤 시기는 '누군가 내 뒤에서 바람을 불어주나?'하고 생각이 들 만큼 일이 잘 풀리고 순탄할 때가 있다. 건강한 의욕이 생겨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의지도 꿈도 많은 시기가 있다. 또 어떤 시기는 나를 드러내기에 자꾸 눈치가 보이고 의식이 될 때가 있다. 그때는 무리해서 자신을 채찍질할 때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OTT에 빠져있거나 중독적인 다른 것에 빠지더라도 자신이 이런 것을 반복적으로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소소하게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명상을 하라고 하는 이유도 자신을 돌아보며 반응하지 말고 그 감정을 지켜보기 위함이다. 감정을 지켜봐 주면 그 감정이 파생시키는 수많은 잡념이 사라지고 잡념이 사라지면 쓸데없는 일이 일어날 인(因)이 없어진다. 삶이 더 단순해지고 자기가 원했던 새로운 일의 진행이 훨씬 쉽게 이뤄지기도 한다. 너무 당연하게도 마음이 안정되니 특별히 바라는 마음도 쓸데없이 갈망하는 결핍감도 사라진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특별한 것을 가지 지지 않고도 생기는 평정한 마음은 삶 자체를 단정하고 단순하게 만든다. 이런 감정적 가벼움은 감정을 시시때때로 있는 그대로 느껴주고 해소한 덕분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순수한 마음으로 뭔가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정말로 나는 무엇을 갖고 싶어 지나 어린 마음으로 궁금해진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감정, 그 감정에서 생각난 무엇이 진짜 자신을 위한 선물일 것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귀찮음을 버리고 잃어버렸던 '단정함'을 선물해야겠다



미니가든

겨울이 오면서 자리를 대대적으로 바꿨지만 우리가 생활하기에도 내가 식물을 관리하기에도 너무 번거로웠다. 미루고 미루다 결국 구역을 지정해 한 곳에 모아서 배치를 했다. 오히려 힘든 몸과는 다르게 눈과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이 정리를 통해 내가 받고 싶었던 선물의 힌트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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