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국 막내작가

by 미니힐

마음을 추스를 경황도 없이 또 다른 방송사로 출근을 했다. 또 빨리 돈을 벌고 일을 구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휩쓸려...뉴스국 작가로 일을 시작했다.


비인기 프로그램이라서 그런지 이력서를 넣자마자 바로 연락이 왔다. 뉴스, 시사토크, 대담 등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기본적으로 정치, 이슈,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알고 있어야 했다. 매일 신문도 읽어야 했다. 정치에 정말 관심 없던 내가 뉴스국 작가로 일하게 됐다니! 처음부터 눌리기 시작했다. 모르는 단어, 용어, 한자 그리고 정치인 섭외와 의전까지 너무 어려웠다. 혹여나 윗분들에게 말실수 할까 봐 걱정도 많았다. 신문도 매일 읽고 공부를 해야 했는데 공부도 게을리하고 결국 의전하다가 말실수도 하고 말았다.

메인작가님랑 서브작가언니들한테 많이 혼났다. 문제는 혼나니까 자꾸 더 실수하게 되고 점점 멘탈이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꾸 실수하는 내가 너무 싫었고 나를 바라보는 작가님들의 시선도 너무 힘들었다. 서로 답답해했다.

사실 나에게 맡겨진 업무는 아주 기본적인 자료정리, 섭외, 메일 잘 보내기, 의전 등이었는데... 왜 그렇게 잘할 수 없었는지. 왜 그렇게 잘 안 됐는지 모르겠다. 내 멘탈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일은 점점 더 하기 싫어지고 실수는 더 잦아졌다. 혼나는 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처음부터 뉴스국 자체에 눌렸고, 필요한 공부를 하지 않았고, 함께하는 이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때 마침 첫 제작사에서 일했을 때 만난 선배작가님이 라디오를 같이 해보자고 연락이 왔다. 나에게 또 한 번 기회를 주신 것. ‘맙소사!!! 라디오라니!!!!!!’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라디오작가!!! 그 일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때다 싶어서 냉큼 해보겠다고 말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저 정말 열심히 해볼게요!” 빨리 여길 벗어나 재밌는 라디오 방송을 하고 싶었다.

작가님들은 라디오 가서 잘하라고 말씀해주셨고 나는 급히 일을 마무리 지었다. 이미 라디오를 하고 싶어 그만둔다고 말해놓은 상황이니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 답답한 공기를 못 참았다. 후임 작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인수인계 파일을 자세히 만들어 놓겠다고. 부디 오늘까지만 출근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나의 눈빛이 간절했는지 메인 작가님은 허락하셨고 나는 정말 누가 와도 이 인수인계서만 보면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세상 디테일한 인수인계서를 만들었다. 뉴스국에서 일한 모든 것을 통틀어 제일 열심히 임했던 인수인계서 작성. 나는 인수인계서를 넘기고 뉴스국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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