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다가 선배작가님의 추천으로 정보프로그램을 하게 됐다. 처음엔 막내 일을 하다가 나중에 10분 정도 분량의 코너를 맡아 구성안, 더빙원고까지 쓰는 서브작가로 입봉한다는 조건으로 제작사에 들어갔다.
두 명의 메인작가, 두 명의 서브작가 그리고 막내작가인 나까지 5명의 작가진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2팀으로 나눠서 격주로 제작했다. 나는 주로 자료조사를 했고, 파일 정리 및 취재, 섭외를 담당했다. 적응을 잘해보려 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잡다한 업무, 불필요한 양식 작성, 무엇보다 서브작가 언니들이 너무 무서웠다. 자주 화를 냈고, 프린트 앞에서 원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등 이상한 명령을 했다. 실수한 날은 야밤에 전화까지 해서 일을 시켰다. 업무상 빨리 수정하고, 완료해야 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다. 지금 당장 그곳을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도망쳤다. 메인작가님께 갑자기 통보하고 제작사에 나가지 않았다. 메인작가님은 서브작가들과 얘기라도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했는데 나는 그마저 두려웠다.
왜 이렇게 겁쟁이였을까. 왜 이렇게 무책임했을까? 서브 작가 언니들을 대면해 이야기할 에너지가 없었다. 힘들었던 것을 말하는 것도, 다시 조율해야 하는 것도, 이미 벌어진 지금의 상황도 두려웠다. 일을 마무리할 힘도 없었다. 화를 낸 것도, 사과를 한 것도 아닌...단지 그 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 도망치듯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