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지옥에 빠진 조선시대 아이들
새벽까지 이어진 공부.
잠이 덜 깬 아이의 등굣길, 설상가상 눈이 내리는데.
그 곁을 지키는 듬직한 강아지.
새벽이슬이 맺힌 고요한 아침, 한 꼬맹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길을 나선다.
한 손에는 서당에서 먹을 도시락을, 다른 손에는 밤새 외운 내용이 적힌 얇은 나무쪽지가 담긴 나무통(죽첩경서)을 들고 있다. 나무통의 뚜껑이 바닥에 떨어져, 안에 들어있는 쪽지들이 떨어지려 하는지도 모른 채,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서당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런 꼬맹이의 옆을 따라가던 강아지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주인을 바라보며 조용히 발을 맞춰 걷고 있다.
"에휴... 무슨 시험을 매일 보냐고... 매일."
아이의 한숨 섞인 한탄이 조용한 새벽공기 속에 희미하게 스며들며 퍼져나갔다. 강아지는 그런 주인의 얼굴을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나무통에 시선을 고정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아 보이는 쪽지들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이제 막 동이 트려는 하늘 아래,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반쯤 눈을 감고 걷는 아이와 그런 주인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걷는 강이지의 발걸음 소리만이 적막한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
때마침 하늘에서 조용히 내리기 시작한 눈은, 아이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드는 듯했다.
[서당 가는 소년과 강아지] 어떻게 보셨나요? 이번 일러스트는 아무래도 동물을 많이 안 그려봐서 동물 그리는데 꽤나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제가 원하던 느낌이 나와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네요.그리고 수줍게 고백을 해보자면, 강아지 머리에 쓰고 있는 갓이 포인트였는데,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셨으면 해요. ㅎㅎ 아이의 복식은 이전화에서 이야기했듯, 사실 저런 복식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흰색 한복을 입히기에는 눈 오는 날에 뭔가 평범한 느낌이 나올 것 같아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성균관 유생들이 입던 옷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가져왔습니다. 저 복식도, 알아보니 조선시대 후기에야 나오는 옷이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언제나 조선시대 일러스트를 그릴 때면, 복식이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완벽하게 고증대로 복원하는 것 보다는,일상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은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조금 다르거나 어긋나더라도 귀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도 재미있는 라이브조선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