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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화. 악플에 고통받는 책방 주인(2)

조선시대 세책점 사장의 생존기

by 미니쭌
5.책방주인_파이널 정리_v01.jpg 미니쭌/악플에 고통받는 책방 주인

낙서에 고통받는 세책점 주인

정성껏 필사한 책이건만, 그놈의 낙서 때문에

그는 오늘도 홀로 남아 밤을 지새우며 책을 만든다.



해질녘, 노을빛이 세책점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

책방 주인 영호는 붕대 감은 손목이 불편한 듯 계속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때 긴 한복 치마를 곱게 입고 있는 여인이 가게로 들어와 책을 내밀었다.


"심청전 1권 반납이요. 2권 있죠?"

영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책 상태 확인하고 다음 권 빌려 드릴게요."

그는 책을 받아 들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책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익숙한 낙서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책 주인 놈아, 책이 너무 비싸다."

그런데, 그 아래 처음 보는 낙서가 보였다.

"이 글 쓴 놈 거지구나."

영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붕대를 감은 손목이 더 아려오는 듯했다. 그는 확인하던 책을 덮고

여인을 쳐다봤다.


"손님 이 낙서 손님이 하신 거죠?""

여인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영호의 단호한 시선에 움츠러들며 실토를 했다.

"그게.... 원래 있던 낙서가 너무 웃기고 바보 같아서 그만..."

영호는 어이없는 변명에 깊은 한숨을 쉬며 이야기했다.

"아니 밤새 글자 베끼느라 손목이 아파 죽겠는데, 새로 만들면 낙서하고 만들면 낙서하고, 도대체 왜들 이러는 겁니까?"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영호는 포기한 듯 심청전 2권을 꺼내 여인에게 주며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깨끗하게 읽고 반납하세요. 손님을 믿어 보겠습니다."

책을 받아 든 여인은 머쓱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섰다.


영호는 붕대를 감은 손목을 다시 한번 매만지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에휴, 오늘도 야근이구만..."







[악플에 고통받는 책방 주인] 어떻게 보셨나요? 이번 일러스트에서는 세책점 주인의 고달픈 일상을 담고 싶었습니다. 세책점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세책점 주인이 겪었을 어려움이 생생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세책점에서는 대여용 책을 직접 필사해 내놓았끼 때문에, 독자가 낙서를 하거나, 훼손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다시 배껴적어야 했습니다. 이번 그림의 주인공 '영호'는 열악한 세책점 주인으로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해야 했기에, 하루 장사가 끝나면 낙서된 책을 보수하는 게 그의 또 다른 일상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제 입장에서도, 그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게, 저 역시 그림을 많이 그리다 보니 손목이 아파서 보호대를 착용하고 작업하는 일이 많거든요. 손목이 정말 아파요 T T 그리고 뒤쪽에는 당시 인기를 끌었던 소설을 큐레이션 한 느낌으로 배치를 해봤습니다.


세책점에서는 책을 빌릴 때 담보를 맡겨야 했는데, 이번 일러스트에서는 비녀를 소품으로 넣어봤습니다. 이번 일러스트에서는 다양한 소품이 많이 들어갔는데, 작은 디테일들을 하나씩 찾아보시면서 즐겁게 감상해 주시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 시간에도 재미있는 라이브조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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