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처서래! - 20210823

올해의 처서도 지난 8월 23일이었다.

by 민이

오늘이 처서래!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는 날!
진짜로 더위가 많이 가셨어.
빨리 겨울이 오면 좋겠다~
난 겨울을 좋아하거든 / p /~♡
- 20210823


올해의 처서도 지난 8월 23일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더위가 가시진 않았다. 21년도에는 정말 여름이 떠난 느낌이 들었을지, 혹은 덜 더웠을 뿐이었을지는 모르겠다만, 오늘은 그저 덜 더운 여름의 상태다. 강렬한 햇빛과 답답한 공기, 후덥지근한 열기가 점차 잊혀가는 그런 날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풍기 바람이 뜨겁게 느껴져 온종일 창문형 에어컨에 붙어있었다. 그마저도 아쉬워서 에어컨 아래서만 정말 숨이 쉬어지는 듯했다. 그러던 날이 무색하게도 이젠 선풍기 바람에서 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정말 가만히 앉아있을 때면 안 더운 그런 순간이 찾아오고 있다.


방의 열기에 의해 땀에 젖어 일어나는 일도 이제는 볼 수 없다. 평소 잠이 많아 아침을 건너 낮까지 자는 일이 많은 사람인데도, 여름만 되면 아침마다 눈이 저절로 떠진다. 혹은 새벽에도 시간을 맞춰둔 냉방이 꺼질 때면 잠에서 깬다. 피할 수 없는 더위를 원망하기보다는 일찍 일어났으니 좋은 거라는 생각을 반복하는 나날이었다.


입춘, 입추, 처서와 같은 24 절기는 매일 반복되는 날들에 작은 표시를 남긴다. 이제는 잘 맞지 않아 의미를 잃어가고 있을지 몰라도, 달력에 작게나마 표시되는 그 이름들은 밋밋함을 덜어준다. 그래도 역시 처서가 지남에도 여전한 더위에 걱정하는 오늘보다, 처서가 지나며 선선해진 날씨에 신기해하던 지난날이 더 좋았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말하자면 겨울이다. 그러나 빨리 겨울이 와달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이제는 한 계절, 일 년의 시간이 소중하다.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체감되는 시간은 점점 빨라질 텐데, 앞으로의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종종 든다. 물론 그럼에도 이번 겨울을 기대하고, 또 좋아할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내가 멈출 수 있는 게 아니기에 그저 와닿은 계절을 충실히 즐기고자 한다.


몇 년간 일기를 적고 다이어리를 꾸미다 보니, 이제는 그 해의 테마나 습관 등을 알아볼 수 있다. 2021년도는 유독 색종이를 많이 쓰던 해였다. 그리고 이것저것 많은 요소들을 집어넣어 꾸미지 않았나 싶다. 다양한 색종이로 공간을 나눠놓고, 문을 열면 보이는 공간에는 글을 집어넣었다. 비록 많은 글을 적지는 못하지만 하고 싶은 말 정도는 담을 수 있었던 방식이었다.


과거의 글 속에서 과거의 나를 본다. 자고 또 잤던 과거의 나와 달리, 웬일로 한 번에 일어난 오늘의 나를 칭찬한다. 같은 날의 처서를 겪고 지나치며 그 감상을 남긴다. 겨울을 좋아하는 두 시간대의 나를 보며 동질감을 느낀다. 그냥 남기고 끝이 아닌, 두고두고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는 일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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