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unch 편 )
'초밥'
집 앞 바로 큰길 건너에는 초밥 뷔페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
점심 뷔페 1인 15불, 한국 돈으로 약 만 오천 원.
잘 먹고 팁 넉넉히 주고 가면 일인당 이만 원 정도.
점심에
가끔 밥 하기 싫을 때,
내가 사는 캐나다의 작은 이 동네, 얼른 나가서 빨리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피자와 버거뿐이라 걔들이 아무리 맛있어도 오늘만큼은 뭔가 딴 거 먹고 싶을 때,
많이 먹고 나서도 몸한테 좋은 거 먹었으니 괜찮다고 거짓말하고 싶을 때,
그,
그,
쫀득하고
달콤하고
시큼한데
입 안에서 알알이 탱글탱글해 만족스러운 흰쌀밥에
눈물방울만큼의 고추냉이를 얹고
날 것 중에 가장 맛있는,
입에 넣는 순간 행복하게 사라지는 그,
고운 오렌지 빛깔의 캔버스에 곱고 정결한 지방선을 잘 그려놓은 '먹음직스러운 연어'를 올려놓은 초밥.
단순한 재료로 만들어 내는 노력하지 않은 것만 같은 우아함과
생각만 해도 침을 고이게 하는 재료들의 궁합은 마치 몸에 딱 붙는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몸매처럼 기분 좋게 노골적이다.
'김치볶음밥'
종종
둘째 아이를 점심을 먼저 먹이고 재운 다음
조용하게 혼자 먹는 나의 늦은 점심.
'뭘 먹지?'하고 연 냉장고엔
혼자서라도 충분히 사치 부릴 수 있을 만큼의 다른 좋은 재료가 많이 있는데도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이제 바닥이 거의 보이는 김치통에 남은 약간의 신 김치.
"그래, 이거야! (마치 옛날 이휘재의 인생극장의 한 장면처럼요!), 결정했어!"
(외국에 살면서 김치통을 열면 나는, 그다지 상쾌하지 않은 시큰한 냄새가 주는 감동이란.)
프라이팬 위 잘 달군 기름에,
남은 김치와 국물까지 탈탈 털어놓고 볶다가
설탕 한 꼬집, 후춧가루 한 꼬집을 넣고
조금 사치 부리고 싶으면 참치 통조림을 한 캔 따 집어넣고 볶다가
어제저녁에 다 못 먹은 남은 쌀 밥을 넣고 잘 볶고
불을 끄기 직전에 버터 쪼오끔 더해준 다음
그 위로 반숙 계란 프라이를 매끈하게 올려주면
이빨에 고춧가루 많이 껴도 괜찮고,
나 빼곤 우리 식구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달 큰, 시큰한 신김치 볶은 냄새 불평해도 괜찮은
서른 몇 해 살면서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많이 먹어봤을 음식 중 하나.
어쩜 이렇게 공 하나 들이지 않고, 복잡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만든 음식이 이렇게 완벽할 수 있는지,
그릇에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에 내가 앞으로 세상에서 죽을 때까지 딱 한 가지의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이걸 고르겠어.'
땡 전 한 푼 들이지 않고 집에 있는 재료로 쉽게, 빨리 만들어 먹어도
부른 배만큼 풍족해지는 나의 입 맛의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