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빨주노초파남보' 외워봅시다.
색깔에 대한 표현 활동시간이었다.
수강생이 일본어로 색상을 말하면 내가 그 색을 한국어로 말을 해줄 작정이었다.
무지개색을 한국어로 배우고 그 색을 지닌 단어를 말해보는 활동이다.
"오늘은 색깔 표현 공부해요.
무지개 7가지 색을 먼저 말해볼까요?"
"무지개색이요?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음... 잘 모르겠어요."
"네? 왜 무지개색을 몰라요?"
내 수강자는 100퍼센트 성인이다.
성인이 무지개색을 모른다고 하니 깜짝 놀랄 노릇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분명 일본도 무지개 색은 7가지(七色)라고 표현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일본에서는 무지개를 7 가지색이라고는 표현하지만 정확한 색의 이름은 정의하지 않아요"
갸우뚱거리는 내 표정을 보던 수강생이 말해준다.
놀랍게도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빨주노초파남보"의 개념은 없다는 거다.
무지개가 7가지 색이라고 말하면서 그 7가지 색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는다니.
그럼 모두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무지개색이 다를 것이며 명확하지 않을 것이 당연하다.
한국에서는 무지개를 그리라고 하면 모두 빨간색 색연필부터 잡고 순서대로 누구나 같은 무지개를 그린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무지개를 그리라고 하면 모두가 각개 다른 색상의 무지개를 그린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무지개를 6가지 색으로
독일과 멕시코 원주민은 5 가지색으로
아프리카에서는 부족에 따라 두, 세 가지 또는 서른 가지 색으로 나타내기도 한다고 한다.
그 후로 나는 수업에서 한국에서 칭하는 무지개의 7가지 색부터 알려주기 시작했다
"일단 빨. 주. 노. 초. 파. 남. 보"부터 외우세요!
수강생들은 주문을 외우는 것 같다고 하며 서툰 발음으로 열심히 따라 한다.
'무지개색은 빨주노초파남보다'라는 규칙이 세상 모두에게 동일할 거라 믿었다.
어쩌면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상식과 기준이 때로는 나만의 기준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도 '빨주노초파남보'가 아닌 나만의 색이 담긴 무지개를 그려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