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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우 Dec 19. 2024

띠 동갑 동생이야 인사해

첫째야 고마워. 미안해.


임신 소식을 제일 처음 알린 건 첫째에게다.

첫째는 당시 5학년이었고 새아빠를 아빠라고 부르며 새롭게 만들어진 가족의 탄생을 누구보다 환영했다.


다행히도 첫째는 친부와도 꾸준히 만나면서도 새아빠와도 사이가 무척이나 좋았다.

누구보다도 나의 재혼을 환영했던 나의 첫째.

아이의 깊숙한 그 맘속을 그 누가 알까.


평생을 외동아들로 사랑받고 살다가 인생 9년 차에 엄마랑 둘이 됐다.

그 후 몇 년이 지나고 다시 새로운 아빠가 생기고 얼마 안 있어 동생이 생긴 것.


첫째가 나의  임신 소식을 듣더니 펑펑 울기 시작했다.

왜 우는지 묻는 것조차 미안했다.

아마 아이 스스로도 본인 마음을 정확히 몰랐을 것이다. 혹스러움과 갑작스러움이었겠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파묻고 흐느끼는 아들에게 난 그저 죄인이 된 것 같았다.


'가 좋아하는 새아빠의 자식이 생긴다니..'

'나에게 동생이 생긴다니...'

'엄마 배에 아기가 있다니...'

뭔가 복합적인 감정이 아들을 울린 것 같았다.


첫째는 몇 달이 지나고 불러오는 내 배를 보며 말했다.


"여동생이었으면 좋겠어"

"엄마도 여동생이면 좋겠어"

"아빠도..."


성별이 밝혀지던 날 아이는 크게 실망을 했고

그 이후로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난 병원에 1주,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보냈다. 첫째와 이렇게 오래 떨어진 적은 처음이다. 첫째가 너무나 그리웠다.

갓난 둘째 아이를 보면서도 첫째 걱정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혹시 엄마 손이 필요한 일이 있어서 침울해하지는 않는지. 학교 생활은 어떤지 궁금했다.


조리원 1층에 카페가 있다.

외출이 금지된 나는 조리원 사람들 눈을 피해 첫째를 카페에서 만났다.

첫째는 밝아보였고 산후에 부어오른 내 모습이 오은영박사님 같다고 놀려댔다.

잘 지낸다고 안심하라는 듯 아이는 밝은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다.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고, 엄마와 새아빠가 아기에게 모든 정신이 팔려있을 때.

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아기가 집에 오던 날 첫째는 아기를 안아보고 싶다고 했다.

이제 나보다 키가 더 커지고 손도 더 커진 널 보며 나는 미안함보다는 고마움을 더 표현하기로 했다.


이렇게 네 가족

다시 한번 행복하게 살아보자꾸나.

널 키울 때 엄마는 참 미숙하고 어렸는데..

... 엄마 잘할 수 있을까?


아참 너희는 둘 다 용띠야.

띠동갑 동생이 생긴 기분이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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