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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씨 Jul 06. 2022

우울할 때 나를 돌보는 방식, 솔구 (@녹기전에)

내 마음을 돌보는 디저트여행기 6편  by.OV5


1. 셀프 인터뷰 하기

조금이라도 마음이 불편하다 우울하다 싶으면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편이다. 마음에 있어서 만큼은 ‘그냥' ‘뭔가' 같은 단어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별일 아닌데 왜 이렇게 다운되지? 왜 이렇게 스트레스받지?’ 하고 스스로 질문을 하면 의외로 꽤나 오래된 뿌리가 있음을 발견한다.


회사에 다닐 때 진상 고객과 싸워서 기분이 너무너무 나빴던 날. 처음으로 셀프 인터뷰를 해봤다.


Q. 그때 느낀 감정을 모~~두 나열해보자  : 너무 화가 남. 억울함. 괘씸함. 논리적으로 이기고 싶음. 무조건 굽혀야 해서 짜증남.


Q. 어떤 부분이 “특히” 불편했는지? : 사과를 해도 계속해서 꼬투리를 잡으며 비난하는 것.


Q. “어느 정도”로 힘들었는지? : 내가 당한 것 그대로 내가 그의 사업장에 가서 똑같이 하고 싶었음.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왜 나는 회사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지 원망스럽고 진심 퇴사하고 싶음.


Q. 이 사건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 내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일. 하지만 나도 잘 해결하지 못해서 스스로가 실망스럽다. 내가 어떻게 평가받게 될지 두렵다.


Q. 같은 일이 예전에 있었는지 : 어렸을 때 내가 저지른 잘못에 비해 과도하게 비난받은 적이 많다. ‘네가 그럼 그렇지'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뭐냐'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하면서 몰아세워졌을 때가 기억난다.



이렇게 상담 선생님이 나에게 할 법한 질문들을 스스로 던지고 답해보면서 나의 마음을 최대한 깊게 최대한 넓게 알아보려고 한다. 그러면 ‘개빡친다'같은 큰 감정의 덩어리가 더 작고 구체적인 감정들로 쪼개지고 나의 마음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어떤 감정도 절대 ‘합당하다 아니다', ‘잘못했다 잘했다’ 스스로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오로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 계속하다 보면 ‘아 이래서 내 기분이 그렇게 더러웠구나’ ‘난 이럴 때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감정을 이만큼 느끼는구나' 하고 아하 모먼트가 오는데 그걸 이해한 뒤엔 이미 불쾌한 감정은 많이 날아가 있을 때가 많다.



2. 아무리 작은 일도 남에게 이야기 하기

만약 셀프 인터뷰를 하지 않아도 그만큼 깊은 대화가 가능한 친구가 있다면, 내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내도 안전한 관계가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셀프 인터뷰로 내 마음을 1차로 정리한 뒤에 주변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한다.


물론 듣던 사람이 내 감정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충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서 상처받고 입을 닫아버리면 안 되고.. (그렇게 10년을 입 닫고 산 나란 사람) 그런 걸 가볍게 무시하고!! 끝까지!! 상세하게!! 말을 해야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고 상대방도 제대로 공감할 수 있다. ‘얘는 왜 이렇게 성격이 지랄 맞지?’가 아니라 ‘얘는 이런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구나.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궁금하네?' 하고 마음을 같이 탐구해주고 이해를 받으면 셀프 인터뷰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마음이 녹아내리는 느낌을 받는다.


예전엔 혼자 도닦으면 되는 줄 알았고 혼자 감정을 처리하고 해결하는 게 상대방을 더 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사이가 멀어지고 외로워지더라. 사람은 관계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고통도 행복도 함께 나누는 것이 훨씬 훨씬 더 강력한 것 같다.



3. 마음이 아플 땐 몸을 쓰기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떤 책에서 몸이 아플 땐 머리를 쓰고, 마음이 아플 땐 몸을 쓰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햇빛을 받으면서 걷는 것. 전 회사에 다닐 때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매일매일 불편한 사건이 생기곤 했는데 그때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햇빛 속을 걸었다. 잠깐 그 공간을 벗어나서 하늘도 보고 심호흡도 하면 ‘에라이 잘하지 말고 하기만 하자' ‘나도 사람인 걸 어떡해' ‘괜찮아 인생 쫑나는 거 아니야 아님 퇴사해’ 마인드로 바뀌면서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4. 소확행 대확행 같이 하기

자기만의 소확행을 찾으라는 말, 내가 행복해지는 행동을 하라는 말들이 요즘 자주 들린다. 그래서 나도 여러 개 해봤는데 일시적인 행동은 정말 일시적으로 좋아지더라. 예를 들면 단 것을 먹거나, 여행을 가는 것은 잠깐 내 기분을 달래는 정도에 그치는데 꾸준히 운동을 하거나,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거나, 꾸준히 마음을 교류하는 것은 내 성격을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이왕이면 레버리지를 만드려고 한다. 단 것을 먹으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수다를 떨고, 여행을 가서 책 읽고 운동하고. 더블 트리플로 확실하게 행복해지는 리스트를 만드는 중이다.



추신. 디저트 여행은 매주 수요일 어두워지는 언젠가 연재됩니다.


위치 : 서울 마포구 백범로 127-24 (염리동)

한 줄 소개 : 쌀 같은 스테디셀러와 더불어 매일마다 달라지는 다양하고 신기한 맛들의 젤라또를 만날 수 있는 곳. 

밍키평 : 알록달록한 맛이 입안에 펼쳐지는, 을밀대 평양냉면 후 완벽한 후식

솔구평 :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찐 과일맛에 샤베트처럼 사르르 녹는 인생 아이스크림!


OV5 1st Project '내 마음을 돌보는 디저트 여행'

사진 : 솔구

글 : 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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