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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씨 Jun 22. 2022

심리 상담, 달라진 우리들 (@텅)

내 마음을 돌보는 디저트여행기 4편  by.OV5



밍키 : 상담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야?


솔구 : 회사에 복지 프로그램이 있었어.


밍키 : 어, 나도 회사 프로그램 통해서 시작하게 된 건데. 그럼 그때 너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신청한 거야?


솔구 : 아니,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회사 복지니까 그냥 받아볼까? 하는 마음으로 처음에 네 번을 받았어. 처음부터 특별하다거나 좋다는 느낌은 없었어. 그런데 집단 상담 모임에서 선생님이 “그때 솔구씨 마음은 어땠어요?” 하고 물어보셨는데 잘 모르겠는 거야. 나는 계속 내 감정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상황에 대한 이유? 변명? 만 설명을 하니까 선생님이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물어봤어. 그런데도 내가 상황에 대한 분석만 계속하니까 그때 선생님이 얘기해줬지. “솔구씨는 본인 마음에 대해서 인지가 잘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 말이 기억에 남아서 회사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다시 상담을 시작하게 됐어.


밍키 : 맞아. 우리가 감정을 느끼고 있는 그 순간에도 그 감정이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발생한 건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차리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 내가 마주한 상황의 정당성? 개연성? 앞으로의 방향성? 그런 것에 집중하고 상황을 해결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잖아. 그런데 상황이 해결된다고 해서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지 않더라고. 오히려 축적돼서 내가 극한의 상황에 놓일 때 풍선처럼 팡! 하고 터져서 더 크게 돌아오더라. 그래서 뭔가 스스로에 대해 근원적인 방식으로서의 해결책이 필요할 때 그게 바로 상담인 것 같아.


솔구 : 그렇지.



밍키 : 그런데 생각보단 너무 비쌌어. 솔직히 회사 복지가 아니었으면 쉽게 시작하진 못했을 것 같아. 검사비는 별도에 한 회기(회차) 당 8-10만 원인데 상담이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니까.


솔구 : 맞아. 그냥 상담 선생님이랑 한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눈다 라는 자체만 생각하면 비싸긴 해. 사실 지금에서는 그 금액이 효과에 비하면 많이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그래도 내가 상담에 대해서 생각했던 거랑은 좀 다른 점이랄까?


밍키 : 그럼 또 상담에 대해서 생각했던 거랑 실제로 받았을 때랑 달랐던 점이 있어?


솔구 : 나는 할 얘기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할 얘기가 엄청 많았어. 상담 가기 전에 무슨 얘기 해야 하나? 하는 게 나름 부담이었는데 가서 얘기하다 보니까 울기도 많이 울고, 얘기도 하다 보니 한 시간은 금방 채우더라.


밍키 : 나도! 난 딱히 할 얘기가 없는데 하면서 갔는데 첫마디 시작하면서 울었다니까. 선생님한테 “저는 제 얘기하는 걸 안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라고 하니까, 선생님이 그러더라. “자기 얘기하는 걸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다만 이야기하기에는 낯설거나 고민이 넘누 깊은 거죠.” 그리고 나는 상담을 하면 선생님이 내 고민에 대해 명확히 답을 내려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라는 점?


솔구 : 맞아. 오히려 선생님은 질문을 많이 하지. 그런데 그 질문들이 내가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정표 같은 느낌이야. 오히려 정해진 답이 아니라 내가 내린 답이 나오니까 결과를 더 수긍하기 쉬운 것 같아.



밍키 : 상담을 하면서 좋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어?


솔구 : 나는 내 시간을 온전히 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 그러니까 매 순간을 나답게? 내가 편한 방식으로 살 수 있게 된 것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 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았거든? 나는 혼자 일해야 하는 사람인가? 사람들이랑 어울려 일을 해야 하나? 그런데 상담을 하면서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을 수 있게 된 거지. 정답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답을 찾는 거야. 상담을 하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내가 이걸 좋아/싫어하는구나.’하는 것들을 딱!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단 말이야? 그런 것들을 알게 되면 내가 이때까지 억지로 안아온 곁가지 고민들이 하나씩 털어져. 나도 모르게 세워진 기대치, 남의 시선, 통상적인 고정관념 같은… 그런 게 다 지워지니까 ‘나 이대로도 괜찮구나. 이렇게 살아도 행복하겠구나.’ 느낄 수 있었어.


밍키 : 나도 상담을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제일 좋았어. 그리고 나는 마음 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체도 좋았어. 사실 힘든 때 내 감정에 대해서 명확히 인지할 수도 없고 컨트롤할 수도 없잖아. 이걸 무작정 가족이나 친구한테 말하기는 힘든데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이야기하니까 더 말하기 편하다고 해야 하나…? 비록 내가 돈을 주고 산 서비스지만 내 인생에서 이렇게 까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고 내 감정에 대해 물어준 사람이 처음이잖아.


솔구 : 맞아. 약간 ‘이게 진짜 대화구나.’하고 느꼈지.


밍키 : 그리고 내가 생각 못했던 가능성, 잘못된 생각의 오류를 짚어줘. 나는 삼십몇 년을 살면서 ‘혼자 있는 건 나빠.’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사람을 더 만나고 밖으로 나갔던 게 있단 말이야. 그런데 선생님이 묻는 거야. ‘혼자 있는 게 심심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왜 나쁜 거예요?’ 그 질문을 받고 진짜 충격이었어. 그러게. 혼자 있는 게 왜 나쁜 거지? 나는 왜 이때까지 그렇게 생각해왔지? 하면서 또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찾아가는 게 상담인 거지. 예전에는 혼자 집에 있으면 세상 불행하고 외로웠는데 이제는 ‘심심하네’라고만 생각해도 감정적으로 훨씬 나아.



솔구 : 그럼 상담을 하면서 불편했거나 나빴던 점은 있어?


밍키 : 나는 크게 없는 것 같은데… 너는?


솔구 : 나는 할 말이 떨어졌을 때의 침묵이 힘들어. 얘깃거리가 없는데 상담은 얘기를 하지 않으면 할 게 없잖아. 질문하고 답변하는 포맷이 편했는데, 대화거리가 떨어지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는 상황이 꼭 몇 번 오더라고.


밍키 : 맞아. 상태가 나아져서 얘기 거리가 없는 거라면 베스트지만 불편한 감정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었어. 근데 나는 그때가 진짜 내 역할이 커지는 시기라고 생각해. 상담을 하면 무의식적으로 상담 선생님과의 대화에만 의지하게 되는데 이미 선생님은 이미 할 질문을 다했고 내가 거기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되는 때인 것 같아. 오히려 혼자, 스스로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되는 때. 왜냐면 선생님이 내 생각마저 대신해줄 수는 없으니까.



밍키 : 너는 상담에서 무슨 이야기를 주로 했어?


솔구 : 엄마 이야기…? 가족 이야기, 지금 제일 고민되는 상황, 애인 이야기, 친구 이야기, 그리고 아주 사소한 고민들, 예를 들어 기억력이 안 좋아졌다거나 회사에서 불편했던 상황이라거나.


밍키 : 엄마 얘기는 진짜 대한민국 딸들이면 무조건 안 할 수 없는 소재인 듯. 나도 엄마랑 가족 얘기랑, 사람 관계에서 스트레스받는 얘기랑 헤어진 남자 친구 얘기들. 7년 만났던 남자 친구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남자 친구라는 존재 자체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의 첫 번째 기준이 내가 아닌 남이라는 거…?


솔구 : 나도 남 먼저 생각하는 거 상담에서 이야기했는데. 남들은 신경도 안 쓰는데 내가 먼저 남을 생각하고 그 사람들 감정까지 헤아려서 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민폐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더라고. 그렇게 남들을 헤아리면서 정작 내 감정은 돌보지 않으니까 자기 보호가 안됐지. 말이 돼? 남들 생각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은 생각하지도 않는 거?


밍키 : 맞아. 상담하다 보면 느끼는 게 내가 제일 중요하고 내가 나를 제일 사랑해야 돼. 내가 나를 안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좋아하겠냐고. 상담을 하면서 처음에는 나라는 사람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그다음에는 불쌍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다음에는 진짜 좋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솔구 : 그게 제일 중요하지. 나를 좋아하게 되면 행복한 순간이 많아져. 항상 행복할 순 없어도 말이야.


밍키 : 상담받고 나서 솔구는 보살 된 것 같아. ㅎㅎ





추신. 디저트 여행은 매주 수요일 어두워지는 언젠가 연재됩니다.



위치 : 서울 종로구 율곡로 82 701호 (안국)

한 줄 소개 : 낮밤으로 부드럽고 잔잔한 분위기를 닮은 부드럽고 묵직한 디저트, 커피와 술

밍키평 : 부드러운 스콘과 생크림이 혀를 감싸고, 앞뒤로 펼쳐진 고궁과 남산의 야경이 나를 감싸는 텅 비어있지 않은 곳.

솔구평 : 야경에 취하고 디저트 맛에 취할 것 같은, 술없이 하루를 마무리 하기 좋은 곳


OV5 1st Project '내 마음을 돌보는 디저트 여행'

사진 : 솔구

글 : 밍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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