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을 잃어버려서 어쩌니. 연락은 계속 안 되는 거야?
네.
혹시 여기, 미술관인가요?
아니.
예전에 미술관이었나요?
아니.
그럼 앞으로 혹시 미술관을,
그것도 아니.
그럼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일반 가정집에 있을 수 있죠?
미술에 관심이 많니?
제 전공이에요.
내가 모은 것도 있고, 맡아둔 것도 있고 이것저것.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내 작품은 아니야.
그렇다고 마녀도 아니지. 지킴이 정도로 해두자.
뭘 그렇게 놀라. 아까부터 네 얼굴이 그렇게 묻고 있는데. 이런 투명한 아가씨 보게나. 홍홍홍. 아니지 친구 없는 아가씨인가? 어쩜 이렇게 다들 찾지도 않아? 천천히 구경해도 되지만 그건 참 안 된 일이구나. 사람이 난 자리는 티가 나는 법인데. 쯧쯧.
전 여기 오길 참 잘한 것 같은데요. 마음에 들어요.
친구도 없으면서 나랑 친구를 먹으려고 드네.
저 여기 못 찾았으면 산속에서 얼어 죽을 뻔 했잖아요. 얼마나 다행이에요. 이런 곳이 있어서.
죽는 게 두려워?
두렵다기 보다... 발견되기 전에 산짐승이 뜯어먹으면 어떡해요. 그건 모양새가 영.
뭐? 파하하하하하하.
그래. 그래. 네 말이 맞다. 여자는 죽는 순간까지 예쁘게 보여야지. 암.
여자요?
그래. 여자. 괜찮아. 너는 충분히 예뻐.
가끔 조난당해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싱싱한 대화는 오늘 네가 처음이다. 합격이야. 내 집은 몰라서 못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어. 그래서 우리 회원들도 여길 <마녀가 사는 궁궐>이라고 부르지. 가끔 놀러와. 아주 흥미로울 거야. 홍홍홍.
아니 이런 걸 왜 현관 입구에 걸어두셨대. 깜짝 놀랐네!
현관에 저 그림 뭐예요? 저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유명한 작품이에요? 아, 그리고 화가가 이 태석이에요? 할머니 이 태석 화백 알아요? 실은 교수가 줬던 논문이 있는데요 그게 금지된, 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