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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l 28. 2021

40-1

마흔이 되면 보이는 것들

0. 들어가기


벌써 40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절반을 지내왔다. 매년 숫자를 매기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곤 했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를 따라간다고 했나? 하루가 너무 빨리 지간다. 밤을 아무리 2배, 3배로 늘려도 시간은 무어의 법칙처럼 2배씩 빨라지는 것 같다. 그러는 사이에 고민도 깊어지고, 괴뇌도 점점 쌓여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도 신기하다. 초등학생 때(국민학교 아님) 6학년이 되면 멋진 선배가 된다고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40을 넘어서 20년 후면 60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39세였던 작년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부족했다고 느껴진다. 사람이 하루에 5분만 자신이 살아온 날을 그려보아도 인생의 깊이는 훨씬 깊어진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더 자주 기록해야 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jSNGdMeqlG8


1. 국제개발


벌써 10년이다. 29세에 처음 기구에 입사해서 인턴으로 일했고 곧 정식으로 입사해서 교육훈련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교육이 무엇인지, 교수설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지못하고 그저 어깨넘어로 배울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나는 한계를 느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내 안에 새로움들이 만들어지지 않는 때는 바깥에서 밀려와야 하는 때이다. 세력이라는 것은 스스로 만드는 모세, 대신 빌려오는 대세, 순간 발생하는 용세가 있다. 운을 바라면서 용세를 가까스로 사용하지만 언젠간 바닥이 나고 만다.


그래서 대학원에 들어갔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방통대 교육학과를 들어갔다. 대학원에 또 들어갔지만 방통대를 아직 못 끝냈다. 그러고 나서 작년에 8개의 메뉴얼을 썼다. 국제개발, 퍼실리테이션, 공동체개발, 피스메이커, 세계관 등등. 이제 남은 하나는 교수설계 방법을 체계적으로 묶는 교육체제설계 방법론 메뉴얼이다. 이것만 완성하면 드디어 약손한 10년을 다 채우고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가장 큰 산이 남았다.


이번년도부터 인재개발실로 옮겼다. 교육훈련을 선교사님들과 함께 지역개발방식으로 엮어 왔지만 기존의 업무를 혼자해야하는 것은 물론 전사교육차원에서 HRD 파트를 모두 맡았다. 10개의 부서에 20개의 팀에 총 18개의 커리큘럼은 9월부터 11일까지 운영해야 한다.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또한,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도 든다. 마흔이 되면 보이는 것들은 내가 그 동안 갈아 넣으면서 차곡차곡 쌓아 왔던 인생들은 밖에서 볼 때 휘어진 대나무 같지만, 내면에서는 꽉 차서 무게를 갖고 있다는 것. 그러니깐 외부의 이야기보다는 내면의 쌓아둔 것들에 더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https://brunch.co.kr/@minnation/1633 



2. 협동조합 '해봄'


2017년부터 시작된 협동조합과의 인연은 처음으로 사회혁신과 사회운동에 발을 디딘 친구들과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협동조합에서 학습조직도 5개나 진행하고, 서울시 사업도 해보고 경기도 기본소득 교육도 다녀보았다. 앞으로 남은 것은 수의계약을 통해서 실제로 사업을 진행해 보는 것이다. 사회혁신을 위한 도구를 만들고 문제해결을 위한 절차를 만들며, 홀라크러시 같은 운영조직도 들여다 보았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철학스터디를 통해서 독일, 영미,  프랑스, 중국 철학을 넘어서 이제는 한국현대철학까지 왔다. 청년들을 위한 잡마케팅을 사업으로 만드는 작업들을 하고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 10시에는 운영팀 회의가 있다. 회의에서는 또 새로운 일들이 일어난다. 변하지 앟는 것들을 변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은 여간 힘든게 아니지만, 그럼에도 매번 도전한다는 것은 가슴뛰게 한다. 올해부터는 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섬기고 있다. 할 일이 참 많다. 체력을 더 열심히 길러야 겠다. 마흔이 되면 보이는 것은 사람들 안에 선한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과 그 선한 마음을 자연스러게 꺼내도 어색하거나 놀림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https://brunch.co.kr/@minnation/2341 


3. 노인요양토탈서비스 '질병노노'


대학원 사람들과 ‘질병노노’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아직은 스타트업이다. 아직 일을 하고 있으니 월급을 받거나 정식으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요양토탈서비스를 만드는 중이다. 그 동안 경영학에 대한 관심과 꾸준한 공부를 해오고 있었는데 마침 써 먹을 곳이 생겼다. 브랜딩팀, 온라인플래폼팀, 마켓팅팀, 콘텐츠팀을 만들었고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이사로 활동중이다. 물론 보수는 없고 정해진 일을 하는 시간도 없지만 그래도 계속 마음 속에 10년 묶은 체즈어럼 자리 잡았던 노인분들에 대한 미안함을 어느정도는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에 한 번이라도 자신이 꿈꿔온 아름다운 세계를, 희망이 가득한 미래를 그려보고 경험하게 해 드리고 싶어서 ‘메타버스’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물론 이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들이 생산되고 논의되고 있다. 곳 런칭할 것이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보다는 미션을 수행한다는 마음을 하고 있다. 마흔이 되니깐 보이는 것은 사람이 뜻을 정하고 길을 걸어가면 언젠가는 함께 걷는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4. 나의 아저씨.


나의 아저씩의 시간이 왔다. 결혼을 하고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보내고 아내가 후배와 바람을 피우고, 일터에서 어린직원과 엮이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나의 아저씨'를 보고 공감하는 나이가 왔다. 모든 것들이 익숙해지다 못해서 식상해지고, 사람들 속에 있는 냄새나는 속내는 다 보이고.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은 무력감에 '쓸쓸한 인간'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자신을 보는 나이. 물론 감상만 이렇고 실재는 그렇지 않지만 나이가 먹어가면서 주는 쓸쓸함의 효과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보는 시간들이 되고 있다.


1년전 나의 아저씨를 보고서 먹먹한 가슴을 담아서 브런치북을 발행했었더라. 그런데 지금와서 가장 열열히 애독하는 독자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되었다. 나도 그 심상, 감성, 정취, 서러움, 미안함이 북 받혀 올라서 쓰는 때의 글들이 그립다. 살아 있는 것 같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고, 무엇인가 사람 냄새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생전 쓰지 않는 메타포도 날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후벼파는 글들이 새벽을 지나서 쏟아져 나오는 시간에 '마흔이라면 나의 아저씨를'이란 책을 썼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작가이다. 이 밤에 이렇게 쓸 수 있는 작가 말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innation3


https://www.youtube.com/watch?v=5a-tqIQc8RM


5. 나의 기쁨 '멘토링'


멘토링을 하는 친구들이 이제 고 1이 되었다. 벌써 5년째를 넘어서고 있다. 처음에는 글도 쓰고 열심히 자랑도 했지만 이제는 그럴수가 없다. 친구들이 와서 함께 읽고 코멘트를 달아주는 수준까지 성장해 버려서 말이다. 코로나로 못 만나고 있지만 이제는 제법 공부를 하고 싶어 해서 매주 만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없는 시간 내면서 만나는게 비용도 그렇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내가 더 기뻐하는 것 같다.


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아낌없이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목적하지 않고 즐겁게 만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친구 사이에는 그러면 안되는 것처럼, 내가 가장 함브로 할 수 있는 관계에서 '진짜 내가 나오는 법'이니깐 말이다. 이 친구들과 계속 만나야 겠다. 마흔이 되면 보이는 것은 아무리 작은 꼬마라도 그 속에 어른이 되어서 웃고 있는 그들의 미래가 보인다. 그 미래가 지금 잘못된 선택에 의해서 쪼르라들지 않도록 도와주는 정도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닐까? 40이 되면 보이는 것은 아이들과 친구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내 마음이 보이는 것 같다. 내 안에 전체주의나 위계질서보다는 순수함과 잠재력을 끌어내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지가 보이는 것 같다.



6. 행정대학원 '공공정책'


정책을 잘 못만들어서, 아니 만들 방법도 모를 뿐만 아니라 재료가 무엇인지도 몰라서 행정대학원에 공공정책 과정에 들어갔다. 1학기 공공정책과 거시정책에서 열심히 두들려 맞고 보니깐 학점이 올 A+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학기에는 4과목과 함께 총학생회 부회장, 공공정책회장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2021년 1학기는 다양한 사업과 기획, 구상으로 바빴던 하라하루였다. 공공정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를 잘 알았으니 이제 정당에 가서 실험해보고 실천해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산업정책론, 중소기업정책을 포함하여 정책형성론, 정책관리론, 정책집행론을 들었고 앞으로 한학기 동안에 스스로라도 정책평가론을 통해서 정책의 6단계를 잘 익혀야 겠다.


이제 한 학기 남았다. 다음학기에는 박사과정을 써보려고 한다. 물론 기술정책협동과정이지만 정책공부를 좀 더 깊이 하고 싶어서 지원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공부는 플래폼 정부와 정당 그리고 정책의 실시간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기술정책학분야에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해보는 거다. 직접민주주의를 앞당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40이 되면 보이는 것은 앞으로 내 남은 인생이 보이는 것 같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로 미래를 점치는 계기가 된다고나 할까?


https://brunch.co.kr/@minnation/2480



7. 시대전환 정당 가입


대학원 선배와 한라산과 소백산을 다녀왔는데, 보통 걸었던 시간이 8시간정도 되니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되었다. 그러면서 친해지고 또 정치에 대한 이야기도 하다가 결국 선배가 활동하는 정당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시대전환'이라는 정당이었고 평소 관심이 있던 정책실험과 제3지대를 만들기 위한 민주적 실험을 하는 곳으로 보여서 쉽게 가입하겠다라고 하고 유튜브를 열심히 뒤졌다. 당의 기조나 강령을 생각해 볼 때 그토록 존경했던 스웨덴의 비그포르스가 나올 수 있는 텃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시대전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아마도 대선과 지방선거 뿐 아니라 플래폼정당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 와글과 플래폼에 대한 연구를 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정책위원회에서 대학원에서 배웠던 정책드를 설계하고 기획하는 일들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되기도 한다. 40이 되면 보이는 것은 문제뿐만 아니라 어느정도의 대안도 있는 것 같다. 그것을 실현해 보는 불혹의 나이가 왔으니 이제는 머라도 해보고 싶다. 처음 가입했는데 대표님도 만나고 당원대표들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은 정치계에서 언더독에 해당하지만 다양한 실험들이 넘쳐나는 곳이 되길 소망하면서 또 새로운 것들을 시작한다.


https://brunch.co.kr/@minnation/2543



0. 나오기


이제 40-1을 썼다. 앞으로 후반기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아주 재밌는 일들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연애도 좀 하고 낭만도 좀 즐겼으면 좋겠구만. 갈 길이 구만리이기는 하다. 그래도 조용히 천천히 준비했던 것들이 조금씩 눈을 뜨고 걸음을 걸을려고 하는 것 같아서 효능감하나는 아주 높다. 다시 이 자리에, 이시간에, 이공간에 왔을 때는 조금은 깊어진 마음으로 왔으면 좋겠다. 근황공유를 이것으로 마치려고 한다.


40대가 되면 보이는 것들은 참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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