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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민석 Sep 27. 2023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망각과 실수


 _망각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지 때문이라. - 니체


 꼬부라진 혀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어대며 상처를 주고, 혈기를 이기지 못해 뱉어낸 말들로 또 상처를 주고, 나를 변호한다는 명분으로 뱉어댄 말로 상처를 준다. 차마 적지 못한 수없이 많은 일련의 사건들은 어떤 칼보다 날카롭게 당신의 마음을 베어냈다.


 그것을 다 기억한다면, 단언컨대 제정신으로 살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잊어버리나 보다. 오늘도 나는 부끄러운 기억들은 저 멀리 저 싶은 나의 내면에 숨긴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그 깊은 내면의 나를 직면하는 행위다. 애써 숨기고 묻어두었던 그 기억들을 꺼내 마주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도 않는 일. 추악하고 못된 나의 삶을 끄집고 풀어헤치는 것.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망각과 대척점을 이루는 작업이다.


 그렇게 나의 싶은 내면에서 끙끙거리며 시간을 보내면, 나는 성장한다. 악과 같은 그 기억들을 복기하면서, 그 악마 같은 과거의 나와 차분히 앉아 이야기하면서 나는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간다.


 망각하는 자에게는 복이 있다.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망각을 복이라 생각하고 그것에 머무른다면, 나는 실수투성이로만 살아갈 것이다. 망각이라는 복을 걷어 내고, 실수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잊지 않기. 바로잡기. 그것이 진정한 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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