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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민석 Sep 19. 2023

‘나란히’의 미학

누구든 너와 함께라면,


 사람마다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누군가는 한적한 산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사람이 많은 쇼핑몰을 좋아한다. 모두 개인의 취향이다. 나의 경우, 바다나 강변 같이 큰 물이 흐르는 장소를 선호한다. 특별하게 말하자면 한강 뚝섬유원지 청담대교 밑단, 강릉 테라로사 경포호수점, 해운대 해변을 좋아한다. 한강은 익숙하고 강릉은 신선하다. 그리고 그 중간에 부산이 있다.


 강이나 바다를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규칙적으로 물이 흐르고 파도가 치는 소리가 들린다. 물비린내와 바다의 짠 내음이 코를 자극하며, 피부 결로 느껴지는 바람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큰 물이 흐르는 곳은 시각, 청각, 촉각을 모두 사용하는 감각적인 장소다.


 무엇보다 큰 물이 좋은 점은 함께한 이와 나란히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트를 떠나면 늘 마주 보고 앉아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쳐다만 봐도 좋아 죽겠다면 할 말이 없지만, 때로는 마주 보고 있는 카페에서 상대방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고, 그렇다고 핸드폰을 처다 볼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나란히 한 곳을 보고 있다면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다. 물소리와 같은 잔잔히 깔린 소음을 듣고, 같은 곳을 처다 보는 시간은 매우 로맨틱하다. 장소가 어디든 나란히 앉는 행위는 매력적이다.


 나란히 앉는 것의 힘을 잘 알고 있기에 사람들이 영화관 데이트를 즐긴다고 믿는다. 한 방향으로 앉아 공통의 콘텐츠를 보고 듣는 행위. 나란히 앉아 같은 화면을 보고, 같은 소리를 듣고, 같이 음식을 나누어 먹고,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놀란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굳이 어떤 행위를 하지 않아도 상대방과 공감하고, 상호 한다. 물론 콘텐츠의 힘도 있겠지만, 그 힘 너머에는 나란히 앉는 것의 힘이 역시 묻어있다.


그러니 좋아하는 사람과 잘 되고 싶다면, 나란히 앉아라. 영화관을 가서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라. 그리고 나란히 걷고,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노나 먹으면서 도란도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라. 그것만으로 훌륭한 데이트가 될 거라고 믿는다. 그다음 데이트는 강이다. 어느 도시든 강변은 있다. 바다 도시면 더더욱 좋다. 강이든 바다든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어라. 바람이 차다면 미리 담요하나를 준비하고 그에게 슬쩍 덮어주어라. 도란도란,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라.


 그 사람도 당신을 좋아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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