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계절이다. 브리즈번은 이상기후로 인해 동남아처럼 비가 자주 내려, 일정의 반 이상 비가 내렸다. 현지인들도 ‘이렇게 비가 자주 오던 때가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 하지만 신남매는 비가 오던 해가 뜨던, 밤이건 낮이건 수영을 마음껏 즐겼다.
브리즈번 숙소인 노보텔 사우스뱅크는 수영장이 아담하고 단순했다. 딱 네모난 수영장과 벤치가 전부. 그러나 서비스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우리가 놀고 있으면 직원이 악어 튜브를 불어주고, 더운 날에는 수영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주기도 했다.
우리는 더위보다 추위를 많이 타는데 노보텔은 날씨에 따라 물 온도도 조절해 줘서 좋았다.
아침부터 소나기가 내리는 날.
신남매는 비가 오는데 수영을 강행했다. 추울까 봐 걱정스럽게 내려갔는데, 세상에 물이 따뜻하다.
수영장에 미끄럼틀도 없고, 넓지도 않지만, 물에 떨어진 나뭇잎 잡으며 놀고, 현지 친구들 만나서 놀 수 있는 여유 있는 이곳 수영장이 신남매에게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신남매가 좋아한 또 다른 장소는 ‘사우스뱅크 인공해변’이다. 골드코스트 해변의 모래를 옮겨와 도시에 멋진 해변을 만들었다. 이곳은 모래사장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있는데, 처음엔 궁금해서 모래사장 있는 곳에서 놀았다. 낮은 곳은 너무 낮고, 깊은 곳은 너무 깊어서 수영을 잘 못하는 우리에겐 좀 힘든 곳이었다. 수영을 잘하거나 키가 좀 커서 맞은 편 깊은 곳까지 가고 싶었다. 그곳에선 페리가 다니는 풍경을 보면서 수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수영실력과 짧은 다리가 원망스러웠다. 모래는 생각보다 폭신하고 부들부들했다. 외국사람들은 이 인공해변에서 돗자리 깔고 앉아 살을 태웠다. 나는 신남매와 물놀이하다 지치면 그런 외국사람들 옆에서 책을 읽었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놀다가 모래놀이도 오순도순 했다. 그런데 종우가 놀 땐 신나게 놀더니, 다 놀고 나선 모래가 몸에 붙어 있는 걸 힘들어했다.
신남매는 옆에 모래가 없는 수영장을 더 좋아했다. 깊이도 신남매에게 딱 맞았고, 무엇보다 놀고 나서도 깔끔하니 종우가 이곳을 격하게 좋아했다.
신남매는 페리 타고 와서 숙소로 가는 길에 이 옆을 지나면 즉흥적으로 물에 뛰어들어 놀기도 하고,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와중에도 젖은 김에 물놀이하자며 뛰어들기도 했다.
도시 한복판에 이런 장소가 있는 것. 심지어 공짜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감동이었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은 하교 후에 이곳에 와서 훌러덩 옷을 벗고 물속에 뛰어 들었다. 그들은 2시 반이면 학교를 마치고 이곳에서 물놀이를 즐긴다고 했다. 브리즈번은 정말 아이들에게 천국같은 곳이었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바쁜데도 여유가 있었다.
해변인데 뒤로 페리가 다니고, 코끼리 열차가 다니고, 큰 부리 새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옆에 다가오고,
아가들은 바닥분수에서 솟아 나오는 물을 그대로 먹으며 논다.
속으로 ‘진정한 tap water를 먹는군’ 생각했다. 사우스뱅크에서 걸어 숙소로 걸어가며 아이들과 도란도란 호주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기도 하고, 누군가 신기한 걸 발견하면 함께 좋아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게 마냥 즐거운 곳! 여유롭고, 자유롭고, 편안한 브리즈번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