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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Jan 07. 2020

love letter to you #1

  너에게 보내는 편지. 이제 타인이 되어버린 20대의 나. 너에게 편지를 보낸다. 너의 답장을 기다린다.


 이 연재의 해쉬태그를 #불안, #사랑, #청춘이라 명하고자 한다. 셋은 오름차순으로 중요도를 가진다. 나는 지금까지 항상 불안 그리고 사랑에 대해 썼다. 청춘까지는 덧붙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서른하나가 된 나는 그 불안과 사랑이 켜켜이 쌓인 내 20대를 청춘이라 칭한다. 아직까지도 나는 청춘이겠지만 조금 결이 다른 청춘을 살았던 과거의 나에게 사랑 편지를 보낸다. 연애 편지를 보낸다. 너를 사랑했다고. 너를 미워했다고. 잘버텨왔다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하자고.


 내 청춘 동안 많은 불안을 안고 살아왔다. 불안을 지독히도 미워했다. 동시에 나는 사랑했다. 그가 있어 나는 특별했다. 많은 사람들은 불안을 느낀다. 인생에서 가장 연약한 시기인 청춘에는 더 그럴 것이다. 말했듯이 나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살고 싶었다. 충실히, 멋지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 불안했고, 불안은 나를 그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인간이 중독될 수 있는 모든 것에 중독된 삶을 살았다. 불안은 내 독의 제일 밑바닥을 깨뜨렸고 나는 계속 물을 채운다. 가끔 땅에 독을 내려놓는다. 물이 가득 차는 것만 같다. 내 인생이 충만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만족한 내가 독을 들 때 물은 다시 우루루 하고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나는 독을 들고 시장 바닥을 뛰어다닌다. 물을 주세요, 물을 주세요. 사랑을 주세요. 누군가는 나에게 물세례를 쏟아붓고, 자비로운 누군가는 나에게 물을 길어다 준다. 하지만 물은 빠져나간다. 다시 한번 독을 땅에 내려놓는다. 이제 끝. 나는 해방이구나. 하지만 내 못난 성질은 다시 독을 이고 물을 토해내게 한다.

 

 그 때는 몰랐다. 내가 독을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아니 나는 독을 땅바닥에 내려 놓으면 독이 고쳐진 것이라고, 물이 흩어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틀렸다. 땅은 매우 기반이 약하고, 흔들린다. 심지어 가끔 독의 다른 부분이 깨지기도 한다. 대리석 바닥이 아니다. 돌덩이가 가득한 흙바닥에서 독의 물은 쏟아지진 않더라도 서서히 새어나간다.


 그 때는 몰랐다. 내가 독을 채워야 한다는 것을. 길거리에서 물을 구걸하면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 물이란 애정이다. 애정에 목이 마른 나는 그런 바보같은 일들을 반복한다. 이러한 종류의 애정은 남이 채워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채워야만 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일단 물을 채워야 장이라도 담그고, 김장이라도 할지언데 나는 물조차 넣지 못하고 내 20대를 마감했다. 결국 나는 나에게 물조차도, 애정조차도 주지 못하고 내 20대를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나에게 애정을 줄 것이다. 이제 나는 어느정도 밑이 수리된, 가득차진 않더라도 많은 물이 들어있는 독을 안고있다. 이제 나는 사람들에게 내 물을 나눠 줄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과거의 나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애정을 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독을 고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이미 늦었겠지만, 이미 나의 청춘은 지나갔지만 나는 20대의 나에게 다정히 가르쳐 줄 것이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love letter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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