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럴 수 있어
아이의 세 번째 생일날, 선물처럼 엄마는 대머리가 되었습니다.
하암치료를 하면 머리가 빠지거든요. 암 괴물과 싸우느라 힘들어서 그렇대요.
가끔 운 좋게도 머리가 빠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에 내심 기대했던 엄마는 실망이 매우 컸습니다.
실망도 크고 아이가 놀랄까 봐 걱정도 했어요.
아이와 아이 친구들에게만큼은 대머리가 된 걸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눈치 빠른 아이는 금세 알아채고 말았어요.
대머리가 된 엄마를 본 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말했습니다.
"엄마 왜 머이 해파리 됐네!"
그날 이후로 엄마의 별명은 “해파리엄마”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기왕 이렇게 된 거 세상에서 가장 당당하고 예쁜 "해파리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알록달록 예쁜 그림이 있는 모자들을 매일 바꿔가며 썼어요. 비니와 털모자를 같이 쓰면 세련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지요.
"아줌마는 대머리예요?"
가끔 아이의 친구들이 물을 때면 엄마는 이렇게 대답을 했답니다.
"응! 아줌마 머리 해파리야. 그래서 매일 모자를 바꿔서 써.
어때? 아줌마 멋지지?"
사실, 해파리 엄마는 생각보다 그리 흔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렇게나 당당하고 예뻤던 해파리 엄마는 이제 없어요.
엄마의 머리가 많이 자라서, 더 이상 해파리 머리가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