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아이
그럴 땐, 나는 그날을 떠올린다.
그때 나는 우리가 아이를 갖기에 준비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재정적인 안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남편과 내가 빨리 안정된 커리어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땐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힘든 일인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우리는 아이가 뱃속에 있는 동안 '축복이' 라 부르며 작은 생명이 잘 자라 우리 곁에 오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핑 도는 어지러움에도 직장에 출근하고 입덧 중에도 끼니를 건너뛰며 바쁜 일상들을 유지했다. 결국 뱃속의 아이의 존재가 익숙해질 때쯤 아이는 우리 곁을 떠났다.
비록 눈으로 보지도 못하고 손으로 만져보지도 못한 생명이었지만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삶의 순간마다 찾아오는 아이를 잃은 상실감은 나를 옥죄어 왔다.
첫 아이를 그렇게 잃고 나에겐 꿈이나 재정보다 아이가 더 중요해졌다. 한동안 지나가는 아이만 보며 훔치고 싶은 욕망에 시달렸고, 임신한 임산부들만 보면 부러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 곁을 영영 사라져 버린 축복이를 대신할 아이가 너무나 간절히 필요했다. 정신없이 산부인과를 다니고 아이가 잘 생기는 한약을 지어준다는 한약방을 전전하였지만 아이는 이전처럼 쉽게 우릴 찾아오지 않았다.
간절하지만 내려놓아야만 했던 소망이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 그리고 감사, 아이가 미울 때 나는 그날을 떠올리며 오늘도 마음을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