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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빗자루, 도깨비와 공유

by 미르

아파트 화단 나무 옆에 세워진

싸리빗자루를 보았다.



밤새 인간과 씨름을 하고

아침이 되어 빗자루로 변신한 도깨비인가.


옛날이야기 속의 도깨비들은

왜 빗자루로 변신을 했을까.


인간들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 중

길쭉한 키로

더러운 것을 쓸어 버리는

화끈한 성격의

빗자루가 제일 마음에 들었을까.


도깨비.

뿔이 나고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다니며

인간과 내기를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도깨비.


그런데

도깨비를 생각하자마자

바로 이어서

잘생긴 남자 배우 공유가

떠오른다.


'도깨비' 드라마가 나오고 나서

도깨비의 이미지가 바뀌어 버렸다.


기다랗고

잘 생기고

재물이 많고

사랑을 위하는 도깨비라니.


아주 긍정적인 전환이다.


드라마 '도깨비' 중

인상 깊었던 말.


인간에게는 네 번의 생이 있다.


씨 뿌리는 생.

뿌린 씨에 물 뿌리는 생.

수확하는 생.

수확한 것을 쓰는 생.


여자 주인공의 힘든 생은

씨를 뿌리는 생.


씨를 뿌리고

씨에 물을 주고 가꾸어야 하는 바쁜 생.


기대에 찬 마음으로

기쁘게 수확을 하는 생도

그 수확을 여유롭게

누리며 사용하는 생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확하고

수확한 것을 쓰는

이번 생을 꿈꾼다.


하지만

실제로는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힘든 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얼핏 보면

힘들게 사는 생이지만

분명 그 생에도 작은 즐거움이 있다.


씨를 뿌리면서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잠시 쉬면서

달콤한 낮잠에 빠질 수도 있다.


힘든 생이지만

하루하루 작은

기쁜 순간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런 충만함이 모여

씨 뿌리는 생을

조금은 덜 힘들게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가끔씩은 보너스처럼

공유 같은 잘생긴 인연을 만나는

순간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자신이 만들어낸 시간들은

다음의 생에

보이지 않는 흔적으로 남아

더욱더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씨를 뿌려야 하는 생이라고

마냥 힘들게만

생각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오히려 힘듦 속에서

찾아내는 작은 행복이

큰 행복만큼이나

커다랗게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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