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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현 Feb 09. 2021

어쩐지 걷고 싶더라니

강원도로 튀어!

강원도에 이사 온 지 어느새 3주가 지났다.

이삿짐도 어느 정도 정리되고

새로운 동네에도 적응한 나는

기존에 맡은 영상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집에서 영상 편집을 하며

출퇴근하는 시간을 줄여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쳤기에

마음이 홀가분했다.


가벼운 마음과는 달리 목과 어깨가

뻐근했고 평소 느끼는 통증과는

그 강도가 달랐다.


책상과 의자가 기존에 서울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것과 달라서 그런 걸 거야.

라고 합리화하며 높낮이 조절 책상을

인터넷 쇼핑백에 담아 놓고

아내에게 결제 승인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책상을 사기 전에

목의 통증을 먼저 해결해야 했기에

근처 평점 높은 정형외과를 알아보고

금요일 아침, 운전을 했다.


정형외과를 가는 도중,

이정표 하나가 눈길을 끈다.

치악산 국립공원.

날 풀리면 저 산에 가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진료실 문을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진료순서가 되자

씩씩하게 외치며 

인사하는 원장님과 만났다.

통증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의 마음에 용기를

주는 듯하여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목과 어깨, 등이 아프다는

내 말에 원장님은 날갯죽지를

꾹꾹 눌렀고 나는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아, 이거 심한데..."


평소 자기 연민에 곧잘 빠지는 내게

의사의 염려에 난 왠지 뿌듯함을 느꼈다.


'그래, 난 열심히 살아온 거야.'


그러나 뿌듯함도 잠시,

나는 내 몸을

혹사한 결과를 여러 장의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목격해야 했다.


"슛!"


촬영장에서 녹화를 지시하는

나의 지시처럼 엑스레이 촬영은

양 쪽 목, 어깨를 찍으며 수 분 동안 진행됐다.


결과는 NG, Not Good.


통증의 원인은 자세불량,

운동부족, 스트레스다.

근육을 너무 많이 써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쓰지 않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되지 않고 그로 인해 피로가 쌓이게 된다.


처방은 하루 평지 50분 걷기와

등근육 운동이다.


등산, 계단 오르기, 줄넘기,

축구, 농구, 사이클 등 경사진 곳을 오르거나

두 발이 공중에 띄어져 있는 운동은

반 년동안 금물이 되었다.

치악산은 다 낫고 가을에 가는 걸로.

아이들과 동네 자전거 타는 것도

두 계절을 나고 하기로 정했다.


처방을 받았으니 이제는

하루 50분 걸어야 할 터.

어쩐지 걷고 싶더라니,

통증을 통해 내 몸과

마음도 잘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시간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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