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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an 18. 2018

#마을의 눈 풍경

나미래의 시시(詩詩)한 겨울 이야기, 추억 속의 시골집 풍경을 데려왔다

2018. 1.13, 새벽부터 오전까지 계속 내리던 눈, 마당이 있는 타운하우스.






내가 태어났던 곳, 지금은 친정이 된 곳,

그 시골의 겨울은 설점(雪點)이 하늘을 잘 덮지 않았다

삼사 년마다 내리는 윤달의 빛보다 더디게 왔으리라

그러나 바다는 모래사장에 흰 거품 구름을 뱉어놓곤 했지

아껴둔 황금빛 모래를 섞어 카푸치노를 만들기도 하고

갯벌 가루가 바람에 흔들려 초코 라테가 되기도 했던 풍경

바람과 파도가 엉켜 만들어낸 하얀 구름은 동심의 눈이 되었다

하얀 구름 거품을 헤치고 발이 시리며 짠 내를 엮어낸 어린 시절

바다의 거품이 마당의 눈으로 환생하길 간절한 눈빛으로 기대했었다

얼고 풀리기는 해풍의 몫, 마늘과 양파의 초록이 넓은 들을 점령했다

놀라 달아나는 갯바람을 탄 눈은 내 볼을 때리며 감성을 불러주지 않았다

우리네 시골에서 볼 수 없는 차분한 눈의 소식, 그냥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수묵화에 먹물이 스미듯 날렵한 흰 솜털 송이가 몸을 피하는 곳

마당을 터 잡고 시골 텃밭 정원을 그대로 옮겨오고 싶었던 집 앞에

몸을 가누지 못해 비척거리는 늘씬한 겨울의 사물이 자주 보인다

이 겨울의 눈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어린 시절 추억 속에 내다 팔고 싶다

흑백 필름 속에 남은 한 장면의 흰 겨울, 이심전심 행복한 감성 덩어리

작은 동산과 손잡고 바람의 등을 밀며, 매연을 흙속으로 파묻는 집

봄을 기다리는 야생화의 말라 해진 옷을 걷고 고운 드레스를 입힐 거지

마른 꽃잎 사이 눈의 씨앗을 올려놓고 봄바람을 기다린다네

예고치 않는 눈발의 소식은 기뻐할 틈을 오래 만들어 주어 좋았다네

골목길에서 묻어난 어느 집의 하얀 소망,

무거운 구름의 옷을 벗어던질 겨울에 잠시 몸을 기울일래


<어느 집들의 겨울 풍경, 나미래>




 



2018.1.13, 친정 아버지가 나눠준 작약 뿌리(오른쪽)과 흰색 작약이 이 나무 화단 안에 고이 잠들어 있다.


단지 바로 옆 야산, 왼쪽 녹색 그물망이 있는 우리집 텃밭도 하얀 눈으로 덮혔다.


이렇게 겨울은 눈을 편안하게 하는 색채가 되어 설렘의 행복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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