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화성오산 글쓰기 한마당'에서 드리지 못한 때늦은 인사
<때늦은 인사, 나미래>
6월의 첫날, 필자는 화성시 용주사에서 열린 ‘2018 화성오산 글쓰기 한마당’에 아들의 인솔자로 참여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완전한 인솔자가 아닌 글쓰기가 끝나면 아들을 집으로 데려가는 역할 정도였다. 화성시 반송초등학교에선 4학년인 아들을 포함해 총 2명(4학년 1명, 5학년 1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담당 교사가 안전지도를 위해 학교에서부터 인솔하여 참여해주었다.
올해부터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의 자체 시상이 없어진 이유였을까? 글쓰기 한마당에 생각보다 적은 학생들의 참여에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를 벗어나 화성 용주사에서 잠깐의 시간을 보내도 좋을 법 한데 말이다. 그리고 우수작으로 선정되면 작품 모음집에 글이 올라간다니 더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하며 아들에겐 독려를 했다.
화성 용주사는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경기도 양주 배봉산에서 화산 현릉원(현재 융릉)에 옮긴 뒤 아버지의 넋을 기리며 무덤을 돌볼 사찰로 용주사로 지었다고 한다. 부모의 은혜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야기한 경전인 ‘부모은중경’을 판에 새겨 사도세자의 위패를 모신 호성전과 대웅전을 둘러싼 잔디밭에 탑비를 세웠다. 효성의 사찰이라 불릴만한 곳이 아닌가 싶다.
글쓰기 한마당에 앞서 용주사의 문화해설을 듣고 사찰을 살펴보는 것은 행사 중 백미가 아니었나 싶다. 문화해설 전문가들을 따라 이미 여러 책에서 학습해온 내용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을 아이들. 글쓰기에 앞서 긴장을 풀어줄 만한 문화해설이 되었을 것이다. 올해 글쓰기의 대주제였던 ‘소통’이라는 내용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화성 용주사 문화해설의 귀한 한마디에도 귀를 기울여 보는 재미가 쏠쏠해 보였다.
문화해설 행사를 마치자마자 학생들은 글쓰기에 정신을 빼앗긴 듯했다. 그동안 학부모, 안전지도 교사들은 밖에서 무한 대기 중이어야만 했다. 일찍 쓰고 나오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기에 귀가 시간은 랜덤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시간 안에 아들을 인솔해온 반송초등학교 안전지도 담당 선생님과 작년에 있었던 작은 사건을 빨리 기억했더라면 가벼운 인사에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 지산이 어머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지산이가 글을 잘 쓰나 보군요.”라고 묻는 말에 나는 미소 가득한 얼굴로 간략한 인사 정도만 나누웠던 터였다.
어쩌면 인사를 하던 순간부터 어디에서 많이 보던 선생님의 얼굴상을 그렸는지도 모른다. 그 선생님도 지산이의 사건을 다시 한번 떠올렸을 법도 하다. 그러니까 아들이 3학년이었던 작년, 그해 같은 학년 5반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으로 추정이 되면서 학교 행사 때 멀리서 봤던 모습만 아른거릴 뿐이었다.
작년 가을로 잠시 넘어가고자 한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체험학습 현장에서 반대표로 2017 경기도 환경교육 한마당 골든벨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최종 1등이 되어 20만 원의 상금을 받았던 것. 상금을 받을 때부터 그 돈으로 반 전체가 파티를 열었을 정도로 반에서는 대 스타가 되었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날부터 며칠 사이 다른 반 아이들 몇몇을 중심으로 아들이 커닝을 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필자는 정식으로 아들의 담임 선생님께 중재에 나서 줄 것을 요구했고, 담임 선생님도 그 반 담임에게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고 사건을 마무리 짓도록 해 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문제가 된 아이들 담임 선생님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음을 알게 되었다. 사건에 관련이 된 아이들이 반성문 같은 반성문 같지 않은 편지 7장 정도를 아들에게 보냈고, 잘못된 말로 인해 받게 되는 상대의 상처에 대해 해당 아이들도 선생님에게 따끔하게 혼이 났던 것이다. 결국 아이들도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사건이 필자의 기억 속에 살아나고 있었다.
오래지 않은 시간에 아들은 글을 쓰고 나왔지만 같이 온 5학년 여학생은 아들보다 더 먼저 글을 쓰고 함께 왔던 담당 선생님과 귀가를 한 상태였다. 아들은 ‘소통’이라는 주제로 통일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는 내용에 대해 필자에게 신나게 종알거리고 있었다.
“잘 했구나 아들!”
“음, 열심히는 썼죠.”
“그런데 지산아 아무래도 아까 인솔한 그 선생님. 작년에 골든벨 커닝 사건 반성문 편지 가져다주신 5반 선생님 아니셨니?”
“맞아요. 그 선생님 맞아요.”
“아! 그랬구나. 역시 멀리서 예전에 한번 본 적이 있었는데 왜 빨리 생각을 못했을까? 인사라도 드릴 걸.”
“아~그 골든벨 커닝 사건이요?”
목소리를 참 잘 기억하는 나. 그 선생님과 대화 한 번이라도 나눠본 적이 있었다면 나는 첫인사에 그 선생님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전근을 가시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학교에서 만나면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반송초등학교 최일규 선생님, 그때는 참 감사했습니다. 잘 해결해 주셔서요.”라고.
작년에 적었던 글을 다시 들춰보게 되어준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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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정원,
나미래 시인의 일상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