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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Feb 07. 2020

여행에세이 연재5. 오름의 끝판왕, 새별오름

나미래의 여행에세이,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제주편

  [제주는 느림이다_제주편], <오름의 끝판왕, 새별오름>


  새별오름 입구에서부터 안개비에 몸이 젖었다. 오르막이 가파르게 보였다. 미처 물을 준비 못하고 오르게 된 것이 조금 후회가 되었다. 떨어지는 비가 입술을 적셔주는 감동이 없었다면 아마 힘들었다는 소리가 이곳에서 느낀 감정의 전부였을 것이다. 

  안개비는 는개가 되는 듯했다가 이슬비가 되기도 했으며 제법 가는 비가 되기도 해서 무섭기까지 했다. 정상까지 완주를 포기하지 않고 서서히 오른 우리들의 인내에 박수를 보냈지 싶다. 아들의 적극적인 표현의 의지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주도는 높은 건물들이 많이 없는 것이 매력이지. 웅장한 능을 연상하듯 입구에서 새별오름의 광경에 넋을 뺐던 것이 이곳의 첫인상이었다. 음력 1월 정월대보름을 전후하여 들불축제가 열린다는데, 이 넓은 대지가 비어있는 이유를 알겠다.

  아들도 시 한 편을 남겨주었다. 

  새별오름을 내려오며 아들이 혼자 중얼거렸던 한마디를 나는 기억했다. ‘시가 나오지 않을 상황이 아니구나!’라는 말로 아들은 약속을 지키며 시를 적었다. 


 


들풀의 향기가 오름에 내려앉고

안개 속 들풀이 살랑거리네


바람의 물결이 거세지고

바람과 함께 비바람도 거세네


오름의 경사 속

들풀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비와 함께

걸으니 안개 나에게 달려오고 있네


거센 비바람이

들풀의 향기를 옮겨주고

들풀은 비를 맞고 있네


새별오름의 경사는

나의 다리 힘을 빼게 만들고


그 속에 비바람도 나의 다리를

엉키게 만드네


새별오름은 오름의 끝판왕


<새별오름, 최지산>


‘30분이면 다녀올 수 있어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라고.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아들은 위와 같이 표현했을 것이다. 는개, 안개비, 이슬비에 가벼운 비바람이 발목을 조금 잡았다고나 해야 할까. 조금 힘들었다. 그렇지만 억새가 한창 자라고 있는 초록의 오름 산책은 환상적인 계절의 향을 얻어오게 했다. 

  비옷을 준비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시원한 바람을 맞는 행복이 있었다. 비바람도 머리를 씻겨주는 상쾌함으로 변하여 성공적인 오름의 산책으로 기억된다. 

  새별오름은 제주도 여행을 갈 때마다 우리 가족에게, 두 모자母子에게 기억되는 곳이다. 부드러운 능선, 등에서 밀고 얼굴을 치는 바람, 푸른 억새, 가을 황금빛 억새를 만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 새별오름에 대한 시도 많은 것을 보면 나와 아들에게 각별한 오름이 되어주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 2017.7. 






나미래의 여행에세이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

제주는 느림이다_제주편(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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