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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Feb 13. 2020

여행에세이 연재6. 가을 능선 백약이오름

나미래의 여행에세이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제주편

[제주는 느림이다_제주편] <가을 능선 백약이오름>


  서귀포시에 위치한 백약이오름약초의 종류가 백가지가 넘는다 하여 백약이라 불림을 찾아가는 도중 길을 헤맸다. 잡학박사 아들과 나는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자유로운 억새에 관심을 보이고 말았다도로로 삐져나온 억새도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싶었 것이었을까? 그게 우리였던 것이고. 

  하늘을 향해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탁 트인 백약이오름의 계단. 다행히 그렇게 길지 않은 숨 가쁨을 안겨줬다. 해발 356.9m의 높은 오름에 속하지만 정상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 게 매력이다. 15~20분이면 충분했지만 약초와 야생화를 눈에 살피고 싶었던지라 꽤나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여러 들꽃 야생화와 약초는 이름을 몰라 통과시키면서도 유독 보라색 향유만큼은 반가워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오래전 압화꽃이나 잎을 말려 장식품이나 공예를 만드는 조형 미술의 한 종류 작품을 할 때 귀하게 다뤘던 꽃이라 선명한 보랏빛과 하늘거리는 꽃잎의 물결이 눈에 익숙했다. 아담한 풀꽃들과 야생화 약초들이 백약이오름의 가을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는 열린 박물관을 찾고 싶었다. 그런 염원이 자연 곁에서 서성이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오름을 오르는 기획 속으로 여행은 순조로웠다.

  가을 결 속 진정한 아름다운 억새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한 '산굼부리'를 들리기도 했다. 틀 속에 정재된 그곳의 제한된 억새 모습은 얼마 후 나의 기억 속에서는 조금 일찍 식상해지고 있었다. 가격대비 그 가치를 따지고 있는 나의 계산된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비슷비슷하게 기억이 풀어지고 감아지는 가을의 제주도 오름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 향유할 수 있었던 오름을 알게 된 크나큰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성장하는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여행, 즐겁고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었던 여행에 큰 의미를 두게 된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언어를 구상하며 그 자리에서 문장을 만들어내어 '백약이오름과 만남'이라는 시를 함께 지어내기에 이르렀다. 2017.11.



자동차 내비는

숨이 가쁘도록

우리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가을을 열매 맺은

도로를 따라가며

백약이오름을 찾아가라네    


하늘로 놓인

계단은 키가 자랐다

말이 사라졌다

힘도 사라졌다


구름과 만난 능선

발아래 밟혀

백가지 약초를 

만나지 못한 가을의 속내


 오름의 굴렁쇠를 

벗어나지 못하며

 그 풍경에 몸이 낮아졌다


<백약이오름과의 만남, 나미래>





나미래의 여행에세이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

제주는 느림이다_제주편(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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