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위건 부두로 가는 길」
진짜 놀라운 것은, 지하에서 수평으로 이동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거리다. 나는 탄광에 들어가보기 전까지는 광부가 승강기에서 나와 탄맥을 따라 몇 미터만 가서 작업을 하면 되겠거니 하고 막연히 상상했다.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런던 브리지에서 옥스퍼드 서커스까지의 거리는 되는 갱도를 기어야 하는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탄광의 수직 갱도가 탄층 가까운 어디쯤까지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그 탄층을 파내고 나면 새로운 탄층을 따라가야 하고, 그럴수록 작업은 수직 갱도 밑바닥에서 점점 먼 곳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수직 갱도 밑바닥에서 막장까지의 거리가 1.5킬로미터 정도라면 평균쯤일 것이고, 5킬로미터도 보통에 속하며, 8킬로미터나 되는 탄광도 여럿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거리는 지상에서의 거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1.5킬로미터든 5킬로미터든, 사람이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주요 통로를 벗어나면 거의 없으며, 주요 통로라 해도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모두 우리에게 '석탄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석탄을 얻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좀처럼, 또는 전혀 떠올리지 못한다. 지금 나는 따뜻한 석탄 난로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사월이지만 나에겐 아직도 불이 필요하다. 2주에 한 번 집 문 앞까지 석탄 수레가 오면, 가죽조끼를 입은 남자들이 질긴 자루에 담은 타르 냄새 풍기는 석탄을 실내로 날라와 계단 밑에 있는 석탄 장고에 절거덕 소리를 내며 부려놓는다.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이 석탄과 멀리 있는 탄광에서의 노동을 결부시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그것은 그냥 '석탄', 달리 말해 나에게 있어야 하는 무엇일 뿐이다. 그것은 신기하게도 딱히 어딘지는 모를 어딘가에서 도착하는 검은 물질이며, 지불할 필요가 있다는 것만 빼면 하늘에서 내린 만나와도 같다. 우리가 영국 북부에서 차를 몰고 가며 도로 밑 수백 미터 지하에서 광부들이 석탄을 캐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는 너무 쉽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당신의 차를 모는 것은 그 광부들인 것이다. 꽃에 뿌리가 필요하듯, 위의 볕 좋은 세상이 있으려면 그 아래 램프 빛 희미한 세상이 필요한 것이다.
실업으로 인한 끝없는 비참함은 계속해서 고통 완화제를 필요로 하며, 그런 차원에서 차야 말로 영국인의 아편이다. 차 한 잔이나 아스피린 한 알이 통밀 식빵 한 조각보다는 훨씬 나은 일시적 흥분제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