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비 Jul 02. 2024

빗소리 듣는 밤

열 번째 편지. 이런 기억은 빨리 어제가 됐으면 좋겠다

원본출처: https://unsplash.com/

내 적당히 낡은 집은

다행히 비는 새지 않지만

빗소리는 샌다.


어젯밤은 음악을 끄니

빗소리가 너무 거셌더랬다.


간헐적으로 하늘이 터진 것처럼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문득

이러다 지하방에 물이 차는 건 아닌가

하수도가 막히면

그럴 수가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했었다.


반지하방에 살아본 사람은 안다,

지나가는 신발은 모두 무심하다는 걸.


봉준호의 기생충을 보며

당신은 어떻게 저 시선의 각도를 아는가

저 시선에 맺힌 냄새를 아는가

빼앗겨도 사실 아깝지도 않은 그것들이

괜히 빼앗긴 봄처럼 느껴져

가슴이 멋대로 쓰리기도 했더랬다.


어둠 속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반지하방에 물이 차오르는 공상을,

그 차오른 물이 1층을 지나

2층으로 역류하는 공상을 하다가 갑자기.


내일 아침 정말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을

또 들을지도 몰라


물보다 한참 먼저 차오른 예감에

미리 가슴이 아려 한참을 뒤척거렸다.


둥글고 둥근 비가 아픈 건 다 사람 탓이다.


2024. 06. 3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