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만 한 집에서도 재밌게 살자.
임신 전, 딩크족 시절에는 아기를 낳아 키우는 게 막막했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연약한 생명 하나를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
그런데 막상 임신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저 낳고 키우는 데에 의의를 두게 된다.
한 세상 여자로 태어나, 사람도 낳아보고 길러도 봤다,
이걸로 내 할 일은 다 했다, 라는 생각.
저녁 식사를 하면서 남편에게 당부한다.
아기 생겼다고 무리해서 일하지 마. 학교만 보낼 거니까
(학교도 저 싫다면 안 보낼 거니까)
교육비 걱정하지 마. 학군도 신경 안 쓸 거니까
(우리 애는 공부 못했으면 좋겠어)
집 살 걱정, 더 큰 차 살 생각도 하지 마
(둘째는 안 낳을 거니까)
우리 세 사람, 떨어지지 말고 항상 붙어 있자.
코딱지만 한 집에서도 재밌게 살자.
작은 차 타고도 오손도손 즐겁게 놀러 다니자.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필요한 돈은 알아서 발 달려 찾아올 거야.
다만 타성에 젖어 게으르지 말자,
남의 집 따라가느라 낭비하지 말자,
애 잘 키워보겠다고 다투지 말자.
너무 잘 키우려고 하지 말자.
좋은 부모가 되려고 심각해지지 말자.
웃는 소리로 집안을 가득 채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