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위대하다'는 확실히 아니고
임산부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말... 이 뭔진 잘 모르겠지만
'엄마는 위대하다'는 확실히 아닌 것 같다.
'위대함'의 기준이란 게 일단 모호하고
그 기준치에 내가 못 미치는 것 같으면 더 속상해지기 십상.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된다'
'아이를 생각해서 견뎌봐라'는 더 아닌 듯하다.
당사자를 배제한 위로나 조언은 무용하다는 거.
내 경우는 같이 사는 사람이 임신 중의 기분과 느낌에 대해 물어봐 주는 게 도움이 됐다. 애써 응원하고 격려하고 이해하려 하기보다 오늘 컨디션은 어떤지, 왜 불안한 것 같은지, 몸이 변하는 건 어떤 기분인지, 무엇이 기대되는지 등등을 물어봐 줬고, 거기에 대답하는 동안 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너의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너에게 관심과 애정은 항상 가지고 있다는 마음의 표현이 더 중요하다. 잘 기억했다가 나도 그 마음을 상대에게 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신 28주쯤 되니 '아, 임신이란 이런 거구나' 감을 잡게 된다. 마치 여행 첫날에는 모든 게 낯설지만 며칠이 지나면 그 동네 지리와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경험은 나를 실험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사는 게 좀 쉬워질 만하다 싶을 때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내던져지는데 그곳이야말로 나를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같다.
인생은 결국 몸 편하고 지루하냐, 피곤하면서 재미있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라고 쓰고 나니
정신없을 만큼 힘들면서도 지루할 수도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