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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료 Oct 13. 2021

'사랑'이라는 단어를 만든 처음 사람

나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 아니다. 




 임신 13주 차. 산전 운동으로 요가를 시작했다. 예전처럼 아쉬탕가 풀 시퀀스는 할 수 없지만, 무리가 가지 않는 한에서 몸을 천천히 움직인다. 아직 입덧 외에는 큰 증상이 없어서 아기가 뱃속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기 일쑤인데, 요가를 하면서 깊은 호흡을 하는 동안엔 아기와 긴밀하게 연결된 기분이 든다. 



내가 들이마시는 숨, 

내가 느끼는 감정, 

나의 심장 박동.


이 모든 게 아기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신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존재가 엄마와 아기 사이처럼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 초음파를 통해 그 유기적인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싸움과 전쟁은 없을 것 같다. 




요가 시퀀스 마지막 부분에서 안내자는 배 위에 손을 얹고 아기의 태명을 부르면서, 사랑을 가득 담아 보내라고 했다.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사랑 에너지. 일곱 달 후,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될 때, 아기는 엄마의 목소리 이전에 그 에너지를 먼저 느끼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운명의 상대를 처음 만났을 때,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인 듯 친숙한 것처럼. 한 번도 본 적 없는 존재를, 어디선가 내 눈앞에 툭 나타난 낯선 존재를 이토록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Mother Earth

흔히 대지를 어머니에 비유한다.  



자연이 우리의 부모'라는 말을 아일 갖기 전엔 그저 막연히 이해했다면 이제는 의미의 본질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기분이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대지로부터 조건 없이 사랑받고 있는 존재였다.  내가 지금 아기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대지는 인간을 품고 있다. 아니, 그 이상으로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 


나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로 태어난 사람.



 '사랑'이라는 단어를 만든 처음 사람은 무척 아쉬워하고 애석했을 것 같다. 

그 두 글자로는 아무것도 담을 수 없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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