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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자연 Oct 30. 2022

난 너의 가장 열렬한 팬이야

나의 글쓰기를 이토록 응원해주는 사람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은? 하고 누가 묻는다면 부모님과 남편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라 대답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세상에서 나의 글쓰기를 가장 응원해주는 사람은? 하는 질문이라면 단숨에 대답할 수 있다. 


내가 글을 쓰고 있을 땐 알피는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춰준다. 온도도 음악도 점심 메뉴도. 스토브에 올려놓은 물이 다 끓으면 내가 일어나기 전에 자기가 먼저 잽싸게 달려가 차를 만들어 내준다. 가끔씩 기지개를 켜거나 지루한 기색을 내면 와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어깨를 주물러주기도 한다. 노트북을 탁 덮고 주방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하면 오늘은 어떤 글을 썼는지 물어보고 열심히 들어준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세수도 안 한 상태로 미드를 세 개씩 이어보고 있는 나지만 알피와 있을 때는 글을 쓰는 시늉이라도 하게 되는 이유이다.


그에게서 받은 것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선물은 지금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책상이다. 알피가 아직 한국어에 서툴러 인터넷 주문은 내가 늘 도맡아서 하고 있는데, 내 생일이라고 쇼핑 앱에 접속해 직접 고른 책상을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나 몰래 결제하고 주문하는 데 성공했다. 안타깝게도 배송 기사님의 전화에 버벅거리다가 들켜 완벽한 서프라이즈는 되지 못했지만. 다음날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아담하고 매끈한 아름다운 나무 책상이 거실에 놓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써보는 새 책상이었다. 서랍 속에는 알피다운 카드가 놓여있었다. 



Make this space your creative world. 

For many writings to come, my favorite 작가.
I‘m your greatest fan. 

Love you! 


이 공간이 너의 창의적인 세계가 되기를. 

앞으로 써낼 많은 글들을 위해, 

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고

난 너의 가장 열렬한 팬이야

사랑해


Alfie



글을 쓸 수 없는 시간들을 지날 때 종종 서랍에서 이 카드를 꺼내 읽는다. 

이상하게 읽을 때마다 매번 눈물이 핑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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