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용돈 30만 원을 다 쓰고야 만 것이다. 나는 가진 것이 돈뿐인 사람이라 이 사태에 위기감을 느꼈다. 그럴 리 없다 생각하고 출금 이력을 살펴보니 인형 뽑기에 쓴 돈이 1/3, 나머지는 죄다 똥으로 만든 것으로 판명되었다.
황급히 아르바이트 사이트로 들어가 내가 가진 재능 주머니와 구인 중인 아르바이트를 대조해 봤더니 당최 맞는 게 없었다. 마치 고등학교 때 수학 시험지처럼. 어쨌거나 필사적으로 재능 주머니를 탈탈 털어보니 바닥에내 인생 하나만 달랑 남아 있기에, 여러분들에게 내 인생을 팔아 돈으로 만들고자 하는 원대한계획을 세웠다.
특별한 삶을 살진 않았다. 여러분이 휴게소 화장실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평범한 사람이다. 그래도 내 삶의 길이 당신의 삶의 길과 분명 다른 점이 있기에 우리는 '타인'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타인인 나의 평범한 일상이 당신에게는 낯설고 흥미로운 세계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적어도 내 일상의 고단함과 소소한 행복에 공감할 수 있는 구석이 있다면 좋겠다. (사실, 나는 여러분을 웃기고 싶다......)
나는 꿈이 크면 부서진 파편도 크다는 말을 좋아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내 삶을 팔아 돈으로 만드는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원피스를 찾는 대 장정의 1권을 손에 든 사람처럼 막막하지만, 알라바스타에서 고꾸라지든, 와노쿠니에서 고꾸라지든, 내가 포기하기 전까지 뭐라도 건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고 있다. 망하면 '이렇게 쓰면 돈이 되지 않는다.'라는 사례 하나는 확실히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양로원 들어갈 때 '작가 선생님' 타이틀을 가지고 내가 쓴 책을 몇 권 가지고 들어가면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참 좋을 것 같다. 여러분들이 매일 힘내서 살아가는 것만큼 나도 힘내 볼 테니, 우리 모두 양로원에서 한가락하는 노인을 목표로 살아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