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의 여행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했던 여행을 생각해 보면 여행을 그리 자주 간 것은 아니었지만 몇 차례의 기억이 떠오르긴 한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까지, 주로 아빠의 지인 가족들과 함께였고, 당일치기로 서울 근교의 유원지에 집에서 준비한 김밥 도시락을 싸가서 먹고 오는 식이었다.
현경이 언니네 가족을 비롯한 몇 가족과 우이동 드림랜드에 가서 청룡열차를 처음 타본 것이 기억나고, 시원한 수락산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수박을 먹었던 것이 기억난다. 지금은 에버랜드라 불리는 자연농원에 가서 꽃을 배경으로 아빠와 사진을 찍었던 것이 기억나고, 도봉산 계곡 옆 천막 식당에서 여러 가족과 함께 닭백숙을 먹었던 것도 기억난다. 할머니를 모시고 창경궁(그 당시에는 창경원이라고 불렸던)에 밤 벚꽃을 보러 간 적도 있었다.
아빠의 여름휴가 동안에는 좀 더 먼 곳에 가서 텐트를 치고 며칠을 지내다 온 적도 있었다. 안면도 해수욕장에 간 적이 있었는데 거의 하루를 걸려 도착했던 그 당시 안면도 해수욕장에는 모래사장과 바다, 솔 숲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솔 숲에 텐트를 쳤고, 물놀이 후 샤워는 6시쯤 리어카에 싣고 오는 큰 고무통에 담긴 물을 사서 해야 했다. 아빠는 산보다는 물을 좋아했던 것 같다.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을 좋아했고, 옛날 앨범에는 아빠가 젊은 시절 수상스키를 타고 있는 의외의 사진이 있었다. 강원도 홍천강에 간 적도 있었다. 홍천강에 갔을 때에는 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매운탕과 수제비를 해 먹었던 것이 기억난다. 이런 식의 여행을 함께 하던 가족은 아빠의 고향 친구분 가족으로 그 친구분도 어린 시절을 많이 어렵게 사셨다고 했고, 젊은 시절에는 아빠와 서울에 올라와 같이 고생을 하셨다고 했다. 우리가 상도동에 사는 동안 옆 동네인 흑석동에 쭈욱 사셨던 분이었다. 아빠와 술도 자주 하시고, 우리 집에도 가족들과 함께 자주 놀러 오시던 분이었는데, 40대에 갑자기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분의 장례식이 끝나고 아빠는 한참 동안 친구분을 그리워하고, 슬퍼하셨다.
아빠는 지인이나 친구들과 술자리, 야유회나 여행을 계획할 만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소중해하셨던 것 같다. 우리가 민준이를 키우면서 민준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아빠도 그런 마음으로 어린 우리들을 키우셨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