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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akonohime Mar 12. 2020

2. 아빠, 사랑해요.

아빠에 대한 기억

1970년대 적선동


내가 태어나서 처음 살았던 집은 종로구 적선동에 있었다. 아빠가 다니던 회사의 사택이었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 일이고, 나는 아주 어릴 때였으므로 제대로 된 기억은 없지만, 우리 가족 말고도 두 가족이 함께 사는 한옥 집이었다. 그중 택상이 오빠네 집과는 그 집에서 이사를 나온 후에도 한동안 엄마와 그 집 아줌마가 서로 연락하면서 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택상이 오빠가 나를 귀여워했다고 했고, 내 기억에도 당시 초등학생이었는지 아니면 중학생이었는지 모르는 그 오빠를 상당히 좋아해서 잘 따랐던 것과, 오빠 방에 가끔 들어가 오빠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장면 등이 남아 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나 그리고 큰집과 우리 집에 번갈아 가며 계셨던 할머니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집에서 엄마가 첫째 남동생 성민이를 낳던 날을 내가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집에서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나는 마당에 있었고, 어느 순간 할머니가 아들이 태어났다고 싱글벙글하시면서 엄청 좋아하셨던 일을 기억한다.


할머니는 동네 마실을 다니실 때 나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다른 어른들과 함께 주전자에 받아 드시던 막걸리를 나에게도 먹이곤 하셨는데, 어린아이가 막걸리를 주는 대로 잘도 받아먹으니 어른들이 재미있어하셨다. 저녁 즈음에는 그 집에 사는 아이들 모두가 한 방에 모여 그 집에 하나 있던 다리가 네 개 달린 흑백 TV 앞에서 “요술 공주 세리”나 “황금 박쥐”와 같은 만화를 보곤 했다. 이웃에는 손가락이 온전하지 않은 손을 가지고 있던 또래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 막대 사탕을 빨아먹으면서 동네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이 시기에는 아빠에 대한 기억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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