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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Jul 23. 2023

마음을 쓸다

쓰윽쓰윽쓰윽! 촤아악촤아악! 

창문 넘어 매일 아침 소리가 들린다. 상쾌한 여름에도 매서운 겨울에도. 이건 분명 빗자루소리다. 시골 마을 어디선가 들릴법한 데 경리단 집 창문너머 어디선가 들린다. 잠이 덜깨 순간 시골 마당을 쓰는건가라는 생각도 잠시 근처 아스팔트 길을 쓸고 있나보다. 출처를 찾아 창문너머 고개를 내밀어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옆 건물이나 뒷쪽 어디선가 청소를 하고 있나보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정하게 소리가 난다. 싸리나무 빗자루가 지면과 접촉되며 무거운 새벽 어둠을 미련없이 밀어내고 있다. 

어젯밤 근처 누구네 집 아이는 잘 잤을까.

밤새 근처 어르신은 평안하셨을까.

아무일도 없음을, 모든 일이 순조로움을 알리는 듯 짹짹이는 새소리와 함께 싸리빗 소리는 명쾌하고 규칙적이다. 스님이 일정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절 마당을 쓸어가듯 빗질소리는 그렇게 묵묵하고 친절하다. 덕분에 아침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음을 수련하는 방법은 가부좌를 틀고 척추를 꼳꼰이 세워야만 하는 건아니다. 걸으면서 하고, 이야기하면서, 그저 침묵하면서, 방법은 여러가지다. 사람이 다양하듯 마음 수련도 그렇다. 오늘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본다. 정신없이 스케줄을 소화하고 어느 순간 텅 비어있는 시간을 만나고는 한다. 공허하다. 머리에서 미요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점점더 공명이 커지고 드디어 크고 텅빈 소리가 나는 순간이 온다. 멍하게 공간을 바라보는 순간, 그때가 나를 바라볼 순간인가 보다.


오늘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마음은 요란해지기 일쑤다. 빗자루 소리가 간절히 그리워질때다. 아침마다 들리는 빗자루 소리를 상상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한다. 아마 매일 집 앞길을 쓰는 사람은 마음을 쓸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시골 마당을 쓸 듯, 참선을 하는 어는 절의 스님이 쓸 듯, 그저 무심하게 빗질을 하면 마음도 사라지지 않을까.


어젯밤 근심을 쓸어내기도, 오늘 하루의 무게를 미리 정리하기도 그도 아니면 그저 길에 떨어진 수많은 이야기를 쓸어내기도 하지 않을까.


빗질 소리가 유난히 상쾌하게 들리는 여름날 아침에는 새소리도 유난히 명랑하다. 서울 도시 한 복판에 시골 아침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 남산 밑 경리단길. 길을 쓸어내리 듯 마음을 쓸어내리나보다.

쓰윽쓰윽쓰윽! 촤아악촤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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