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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제 Apr 08. 2021

다르게 선택하는 법을 연습하는 장(場), 긱 이코노미

가장 '나'다운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정규교육과정을 지나 대학진학까지 우리는 남들과 경쟁하며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문제는 대학 졸업 시기에 발생한다. 우리는 진로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오늘 먹을 식사메뉴 고르기도 버거운 와중에 우리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해 부모님께 효도하고 더 좋은 성적을 받아 선생님으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노력해왔던 우리들에게 진로선택은 어렵다. 경쟁과 남들과의 비교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정작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충분한 자아성찰 없는 상태에서 선택에 대한 강요는 성급한 진로선택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주변 친구들 혹은 선배들을 따라 자신도 취업 혹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자아성찰이 부족하다면 그저 남들과 똑같은 선택을 하고 말 것이다. (출처: pixabay)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많고 취업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7월 15세~29세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로 25.6%를 기록했다. 취업 경험조차 없는 청년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9월 말 기준 25~39세의 청년층 인구 중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의 수는 28만 797명으로 조사되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까지 더해져 취업 전망은 점점 암울해지고 있다. 이제 미취업 청년들의 수는 166만 명에 육박하게 되었다. 이들 중 중 40만 명은 쉬는 것을 선택했다. 심각해져가는 취업난 속에서 양산되는 수많은 백수 중 한 명이 언제든 내가 될 수 있다.  


심각해져가는 취업난 속에서 양산되는 수많은 백수 중 한 명이 언제든 내가 될 수 있다. (출처: unsplash)


공무원 시험은 어떨까? 2020년 국가직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에는 18만 5천 203명이 지원했고, 지방공무원 8·9급 공개경쟁임용시험에는 24만 531명이 응시했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사태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경쟁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교사임용 등의 특수공무원 시험 응시자수까지 고려하게 되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진다. 대한민국 청춘 대부분이 취업 혹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무원 시험 역시 경쟁이 치열할수록 수많은 노량진에는 장수생이 양산되고 있다. 누구나 원한다고 해서 공무원이 될 수 없고, 공무원의 자리는 제한적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회사에 입사하거나 공무원의 꿈을 이뤄도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유튜버 주언규(신사임당) 씨는 경제방송PD로 일했을 때를 회상하며 “PD의 꿈을 가지고 입사했는데 거기에 꿈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본인 스스로는 야근을 하면서 나름 최선을 다해 일했지만 인정받지 못했고, 월급마저 기본급 180만원으로 노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고 터놓았다. 또 다른 유퀴즈 출연자 7급 공무원 최연소 합격자 김규현 씨도 공무원 생활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녀는 공무원이여도 야근을 한 달 내내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공무원이 되면 워라밸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오해를 지적한다. 더불어 그녀는 “장점은 내가 안 잘린다. 단점은 저 사람도 안 잘린다.”라고 말하며 공무원 조직 내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를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경쟁은 또 다른 경쟁을 불러오고, 이는 곧 스트레스가 된다. (출처: unsplash)


이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선택을 내리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내 것이 아니니깐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제대로 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구나.” 2019년, 상위 0.48% 네이버 블로거 이지훈(혜자포터) 씨는 긱워커의 삶을 선택했다. 30살 초반임에도 혜자포터 씨는 이직 경험이 많다.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판교에 있는 IT기업을 거쳐 금융공기업 파견근무는 물론 외국계 회사에서 회계업무를 했다. 여러 회사를 두루 다녀본 후 이제 그는 회사로 돌아가는 삶을 선택지에서 지워버렸다. “아무리 어려워도 회사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요.” 그는 온라인 화상앱 ‘줌’(Zoom)을 통해 네이버 블로그 상위노출 방법을 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자책을 쓰고 있다. 


혜자포터 씨와 같이 자신만의 일을 찾아 회사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튜브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은 브이로그(Vlog)를 보다보면 퇴사를 하는 일상을 찍어 올린 ‘퇴사 브이로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최근 코로나19 영향 탓에 퇴사 브이로그가 많아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2020년 이전에 업로드 되었던 영상 중에서도 꽤나 많은 퇴사 브이로그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해고와 같은 비자발적 퇴사가 아닌 자발적 퇴사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와 맞지 않는 일을 하려니 삶이 느린 자살처럼 느껴졌어요.’ 유튜버 이조잘 씨는 모두가 선망하는 공무원의 삶에 마침표를 찍고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다. 유튜버 온여니 씨는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야만 하는 회사원의 삶이 진정 본인이 원했던 삶인가 밤잠을 설쳐가며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봤다고 한다. 그녀는 일보다 중요한 자아를 찾기 위해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 


나와 맞지 않는 일을 하려니 삶이 느린 자살처럼 느껴졌어요. (출처: youtube)


긱 이코노미는 다르게 선택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일의 의미를 고찰하는 공간이 되어준다. 긱 이코노미 속에서 그들은 숨 가쁘게 달려왔던 생활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남들도 나처럼 힘들거야’라며 하던 위로를 멈추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의미를 탐구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스스로의 기준을 확립하고 그에 따라 자신이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한다. 


긱 이코노미는 또한 적은 자본과 낮은 리스크로 그 어떤 것이든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창업은 필연적으로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 최근 창업 열풍으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탄생했지만, 이에 못지않게 폐업하는 기업들도 수없이 많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0 창업기업 생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 수는 2013년 7만 5574개에서 2019년 10만 8874개로 44% 증가했지만, 이들 기업 중 약 70%는 5년 이내에 폐업한다.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한 번 사업실패는 영원한 실패를 의미한다. 기업이 폐업하면 평균 8억 8천만 원의 부채와 4,400만 원의 세금 체납이 발생한다는 재기중소기업개발원 보고서가 있을 만큼 창업의 위험성은 크다. 


긱 이코노미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누구나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한 계단식 도전해보는 것을 어떨까? (출처: unsplash)


이와 달리 긱 이코노미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누구나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내가 만든 물건을 팔아볼 수 있고,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을 통해 내가 기획한 강의를 선보일 수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플랫폼을 통해 홍보를 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분야에서 수많은 긱워커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연봉 1억을 훌쩍 뛰어넘는 순수익을 올리며 긱 이코노미에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기존 플랫폼에서 독립하고 자신들만의 확고한 퍼스널브랜딩을 통해 자신 스스로가 플랫폼이 되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세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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