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렇게 입고 싶다 ─ 갖춰진 ‘캐주얼웨어’
나는 꽤 쇼핑을 즐기는 편이다.
눈덩이 처럼 불어난 위시리스트 속에 최종 결정을 앞두고 나는 고도의 집중력과 활력을 발휘한다.
나는 요즘 갖춰진 캐주얼웨어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나는 조금씩 결이 달라진다.
어디서, 누구와, 브랜드의 곁에 있느냐에 따라 나의 결이 조금씩 이동하며 닮아간다.
나의 중심축은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입혀갈 수 있는 수준들을 조금씩 바꿔가는 과정의 쇼핑을 즐긴다.
시작은 피어 오브 갓 에센셜 반팔 티셔츠 였다.
지금 내 옷장엔 반팔 티셔츠 블랙, 그레이와 크루넥 티셔츠 블랙 (맨즈) 이렇게 3가지 제품이 있다.
피어 오브 갓 에센셜은 남성 & 여성 우리 모두에게 명쾌한 질서를 만들어줬다.
시각적 요소는 간결하다.
브랜드 로고가 활자가 덩그러니 놓였다.
반팔 소매에는 나만 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사선 스티치가 보인다.
S 사이즈 이지만, 맨즈의 S 인 덕(?)에 뒤 어깨에서 앞으로 떨어지는 옆선의 실루엣이 만족스럽다.
어쩌면 ‘반팔 티셔츠’ 라는 스타일링이 20대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닌, 회사 갈 때도 입을 수 있는 어나더 스타일링이다.
스타일링을 변주하는 방식에 특별한 개연성이 없다.
얽메이지 않는다.
‘캐주얼 이라는 지칭하는 품목’과 흔히 ‘갖춰 입을 때 손이 가는 품목’을 자유롭고 유연하게 움직일 뿐이다.
이로서 그냥 멋지네? 괜찮네? 라고 나즈막히 한 마디 내뱉을 수 있는 정서를 만들어낸다.
이런 식이다.
캐주얼 이라고 지칭하는 티셔츠, 후드, 조거 팬츠 등과 함께 갖춰 입을 때 손이 가는 품목 재킷, 코트, 우븐 팬츠, 로퍼 등이 계산되지 않은 척 (?) 주도면밀하게 자리 잡고 있는 연출력이 탁월하다.
이러한 ‘정서’ 밑바탕에는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컬렉션 레이블 ‘피어 오브 갓’이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피어 오브 갓 Fear of God (더 자세히 알아보기) ft. 나무위키
이 브랜드는 2018년 부터 에센셜 라인의 개설과 함께 브랜드 성장의 분기점을 맞았다.
이전에는 ‘포그 FOG’ 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다가 에슬레저 성향을 가진 엔트리 Entry 급의 에센셜을 선보이게 된 것이 공전의 히트를 치며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아메리칸 럭셔리 이지 웨어, 원마일 웨어 등 분류하려는 대명사는 다양했다.
하지만 기꺼이 구매하고, 입고자 하는 자들의 마음은 대명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름 그대로,
간결하면서도, 원 마일 이상으로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변신이면 충분했다.
변신을 도와줄 조력자는 이미지 였다.
한 장의 이미지가 ‘편집된 현실’을 만든다.
무심하게 뒤섞인 연출 속에서 ‘나도 저렇게 입고 싶다’ 며 멍하니 들여다보는 내가 있었다.
에센셜은 탁월하게 ‘줄타기‘ 한 덕분에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유수히 많은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그 동안 서브컬처 라는 문화적 발신 코드를 브랜드에 입혀 외쳤었다. ‘에센셜’은 문화 대신 만듦새로 호감의 승부수를 두었다.
충분히 납득시킬만한 제품과 시각적인 자극 사이 만들어지는 내러티브가 나의 눈과 마음을 반짝이게 했다.
나는 제발 저 로고가 SNS의 장면이 아니라 내 옷장에 살아 남을 옷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