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그에게 전화가 왔다.
췌장 내시경을 하는데
끝나고 와줄수 있냐고..
뜻밖이었다.
어디가 아파도 안그런 척
혼자 끙끙앓을 것 같은 남자가 대뜸 데릴러와달라니
나 이런거 **씨 밖에 몰라서요..
오히려 고마운 느낌이 들었다면
나 노비근성인거냐
끝나고 분당에 있는 조개찜을 사주기로 했지만
갑작스런 그쪽 사장의 호출에
나는 그를 병원에서 회사까지 모셔다드리는 역할만 하면 된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는 검사중이었고
그로부터 한시간이 지나자
보호자를 찾는 소리가 난다.
***씨 보호자분~~
뻘쭘하게 간호사를 따라 검사실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아는 그 남자는 눈을 감고 침상에 누워있다.
천천히 의식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금새 눈을 뜨고 나를 보더니 몸을 일으켜 세운다.
서로 어색했지만 안그런척...
난 그의 팔을 붙잡고 검사실 밖을 나갔다.
유난히 긴 검사라 약물도 많이 들어갔겠지
산책하고 죽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그는 점점 정신을 차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고맙다고, 와줄 줄 몰랐다고, 이렇게라도 보니 좋다고,
제주 내려가면 보러 오라고...
하나도 막히지 않는 도로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회사앞에 도착했고
내리는 그에게 집에서 가져온 청국장분말을 들려주었다.
잘 챙겨 드시라...
집에 오는 길에 이상하게 헛헛해서
친구한테 술먹자 했다가 바로 취소를 했다.
엄마집에 가서 동생이랑 술 한잔해야겠다.
두리번 두리번 검사실안 맨 구석에서 그를 발견했을 때 ..
그 때 그 기분이 이상하게
어딘지도 모를 내 췌장에 꽈리를 틀고 앉아있는 듯하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고
그는 더더욱 잘 모르겠다
내 친구년이 알면 이러겠지
미친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