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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 Dec 12. 2017

이혼후의 관계

그가 나에게 자주 말을 걸 일은 없지만

있다손 치더라도, 호칭을 생략하거나

여전히 '여보'라고 한다.


그럴때마다 뜨악하다.

아니 내가 왜 지 여보야


나도 역시 호칭없이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말 필요할 땐 그에게 가서 손가락으로 몸을 쿡 누르거나(?)

나도 그처럼 ... --여보란 소리를 간혹하기도 한다.


아직도 우리의 생활이 아이들이라는 공통분모, 특히 둘째를 보살피는 일이 공동의 의무,

아니지 법적으로나 나에게 의무지 그에겐 의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집에서 퇴거하지 않고 첫째뿐만 아니라 둘째도 돌보고 있다.

오히려 둘째에 할애되는 시간과 정성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그와 내가 치명적인 사유로 갈라져야했다면

지금과 같은 기괴한 반(?)동거가 불가능했겠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원했고, 그는 나의 의사 존중반, 나에대한 불신반으로 합의하게 된 이혼이었기에,

차마 둘째 보육에 대해 그도 매정하게 선을 긋고 떠나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무엇보다...

우린 여전히 가족이라 여기고 싶은 건 아닐까


그는 지금도 내가 둘째 옆에 누우면 내 뒤로 와서

내 등을 손으로 훑는 식으로 욕구의 의사를 내비친다.

심지어 자고 있는 내 빌라에 무작정 들어와

나를 범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굳이 강..간...이라 말하고 싶진 않다.


이혼 전에도 같은 패턴의 관계에 익숙해져 지금의 그런 일방적인 행위가 무척이나 불쾌하긴 한데,


여전히 아이들의 아빠로서,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또 그보다 더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를 생각하면


이 정도면 그의 욕구에 가끔은 응해줘도 되지않을까...

그의 강간을 합리화를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른다.


딜레마다.


벗어나려 했던 굴레,

그 안에 머물고 있다, 여전히, 아이를 핑계삼아.


아이가 크길 기다리는 중이다.

아이가 스스로 밥을 챙겨 먹을 줄 아는 나이가 되면..

법원에 제출했던 것 대로

그와 완전히 이별하고.. 집에서 나가라하고

나는 둘째와 살아야한다.

그런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나만큼이나 아빠를 사랑하는 둘째..

녀석이 아무리 큰 들, 지 아빠랑도 같이 살길 원한다면?


복잡해진다.


무책임한 여자고 애미다. 덜컥 이혼부터해버렸으니.

후회하냐고?

아니, 전혀..

근데 두려운 것은 있다. 지금이야 아직 직장도 있고 건강도 큰 문제 없는데.. 더 나이 들면 ...


에라이, 집어치우자.


30분 잠이나 더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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