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위의 글을 다시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볼까요? 캠릿브지, 연결구과 등 여러 글자가 틀리게 쓰여있지만 우리는 위 글이 "인간의 두뇌는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식한다"는 중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독해란 글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단어의 의미를 연결하여 정보를 처리하고 종합하는 과정입니다.

1. 단어인지

독해 과정에서는 가장 먼저 단어인지가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머릿속에 단어에 대한 형태와 소리, 의미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 이 정보에 재빠르게 접속하여 접하는 단어를 자동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단어인지의 목표입니다. 수학에서 산수를 자동화하면 고차원적인 문제를 풀 수 있듯이, 단어 접근이 자동화되어 읽는 데 많은 인지 자원을 요구하지 않게 되면 새로운 자료의 의미에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해 과정에서의 안구 운동

위 그림에서 숫자와 그 위치는 읽을 때의 안구 운동을 나타낸 것입니다. 글을 읽을 때 연속적으로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시선은 순서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며 도약 운동(saccade)과 정지하여 고정하는 상태(fixation)를 반복하면서 읽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한 줄을 다 읽기 전에 다음 줄을 먼저 읽고 다시 이전 줄로 역행하여(핑크색 5-6-7) 읽는 점입니다. 또한 위의 글에서 빨간색 단어(캠브릿지, 한국어, 글자, 중요하지 않다)와 같이 의미를 담고 있는 내용어를 중심으로 단어인지가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읽을 때는 안구의 도약과 고정, 역행을 반복하고 운동 속도를 조절하며 능동적으로 읽기 활동을 하도록 합니다. 또한 앞서 "독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서 밝혔듯이 단어 파악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읽을 때 우리말로 해석하지 않고 어려운 부분은 영어로 소리를 내보며 의미를 파악합니다.

이와 같이 읽는 과정에서 단어인지를 자동화하여 작용 기억 안에 더 긴 구절을 받아들이고 내용을 파악하게 되면, 이전의 생각들과 새로운 생각을 더 잘 통합하고, 그들 간의 연결을 더 잘 추론할 수 있으며, 애매한 말들을 다루는데 특히 도움이 됩니다. (Daneman, 1981)

2. 문장 이해

이와 같이 글을 읽으며 인지하는 특정한 단어의 의미는, 단어들 간의 관계를 추정하여 정하게 됩니다. 예컨대 위의 글에서 우리는 '순서'라는 말은 '배열되다'라는 말의 의미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문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글에서 단어를 파악하면서 문장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다른 단어들과의 관계 속에서 문맥을 살펴 단어의 뜻을 정하고, 각 단어의 문법적인 역할을 추정하여 파악합니다.

3. 글 이해

이렇게 문장을 파악하게 되면 다음으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지식과 연결하게 됩니다. 위 글의 경우, 캠브리지 대학이 공신력 있는 교육기관이니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위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혹은 위 내용이 일리는 있지만 실제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 연구를 했는지는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사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는 이 현상에 대해 연구를 한 적이 없습니다. 이는 1999년 그레이엄 롤린슨(Graham Rawlinson)이란 사람이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학술지에 1976년 작성한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을 언급하면서 보낸 편지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그는 단어 인식에 있어서 글자 위치의 중요성이란 주제로 노팅엄 대학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였고, 이 논문에서 영어 기준으로 처음과 끝 2글자를 남기고 섞어도 이해가 가능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위 글에 대해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연구한 적은 없지만 단어 인식에서 글자 위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각각의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고 나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연결하고 추론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하며 더 큰 의미를 파악합니다. 특히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분명히 해주고 읽은 내용을 흐름에 맞게 구조적으로 정리해주는 것이 글 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독해력 키우는 방법

위에서 단어 파악의 자동화, 새로운 생각과의 통합과 추론, 관련 지식의 발달이 독해력 발달에 중요함을 알았습니다. 더불어 독해력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해를 감시하는 능력(comprehension monitoring)입니다. 아동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독해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읽으면서 혼동이 일어난 곳으로 돌아가고, 잘못 읽은 단어를 수정하고, 잘 이해될 때까지 읽는 속도를 늦추고, 장면을 시각화하거나 구체적인 예로 변화시켜보는 등, 자신의 이해도를 끊임없이 감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독해력을 키우는 방법은 이 독해 감시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1. 글을 읽으며 요약하기 2. 분명하게 하기 3. 질문하기 4. 문제 예상하기의 단계로 지도합니다.

1. 먼저 한 절을 읽은 후, 학생에게 읽은 것을 요약하도록 합니다.

2. 그리고 난 후 읽은 부분에서 분명하지 않았던 점을 묻고 답하며 분명하게 합니다.

3. 읽은 글에 대해 교사가 어떤 질문을 할지 학생이 예상하게 합니다.

4. 마지막으로 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예상하게 합니다.

이를 영어 읽기 학습에서는 SQ3R이라고 하여, 1. Survey(요약하기) 2. Question(질문하기) 3. Read(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읽기) 4. Recite(핵심 내용을 다시 짚어보기) 5.Review(장기기억 정보와 연결하기)로 표현합니다.

이와 같이 20회의 지도가 끝났을 때, 사전 검사에서 20%의 정답률을 보였던 학생들이 평균 80%의 정답을 맞혔으며, 이러한 독해력의 발전은 6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지속되었습니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이 훈련을 받은 학생들이 과학과 사회 과목의 시험에서도 5~20%로 성적이 나아졌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과 교사 사이의 상호작용입니다. 교사는 학생이 위와 같은 독해 과정을 내면화하여 혼자서 글을 읽을 때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스스로 글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 때까지, 글과 상호작용하며 지식을 통합하는 과정을 학생에게 모델로 보여줘야 합니다.

조용히 책을 읽는다고 하죠.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역동적으로 지식의 파도가 일어납니다. 그 파도 속에서 나아가며 이끄는 길잡이는 바로 나라는 것이 독해력의 핵심입니다.

< 참고문헌 >

하코다 유지 외 공저. 강윤봉 역. 2014.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 Brain, Modeling and Evidence). 한국뇌기반연구소 p.262-p.280

Robert S. Siegler. 1995. 아동 사고의 발달(Children’s Thinking). 미리내. p.432-p438

H. Douglas Brown. 2001. Teaching by Principles. Longman. p.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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