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용하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세분화하면 총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비즈니스 한국어, 비즈니스 일본어 (아마도 정중체 표준어), 그리고 경상도 사투리와 관서 사투리.
나는 한국어는 자연스레 경상도 방언을 사용해 왔고, 일본어는 10대 때부터 꾸준히 공부를 해오면서 표준어 일본어를 배워왔지만, 교환학생으로 1년간 살았던 교토 생활에서 관서 사투리를 습득하고야 말았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귀국을 했을 때 학과 일본인 교수님께 너 일본어가 어떻게 된 거니?라는 말을 들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도대체 표준어란 뭘까?'
아무튼 한국어도, 일본어도 사투리를 구사하게 되고 난 후 일본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되니 초반에는 굉장히 곤란했다. 일을 하면서 어디 출신이세요? 경상도 출신이세요? 관서 출신이세요?라고 묻는 분들이 있는 것을 보고 아, 내가 사투리를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솔직히 충격이었다. 왜냐, 나는 노력한다고 했는데 그게 나와버리는 거다 불쑥하고.
일본 취업을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 혹여나 사투리를 쓰면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몇 년간 일해 보면서 겪은 경험으로는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솔직히 큰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더 좋은 점이 많았던 것 같다.
한국어를 공부한 일본인 직원들도 간혹 진한 사투리를 듣고는 당황하며 헬프를 요청할 때도 있었고, 나는 업무를 하면서는 한국어도 일본어도 표준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는데 문득 나와버리는 사투리 억양을 듣고는 같은 경상도 지방 사람을 만나서 기쁘다고 악수를 해주는 한국 분들도 있는가 하면, 해외여행 와서 되게 친근함을 느꼈다라며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기뻐해주는 어르신 분들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한국어 공부하고 싶다고 알려달라고 하는 말을 들을 때, 나는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잘 가르쳐주지 못할 수도 있다, 인토네이션이 억양이 다를 수도 있다라고 말하면 오히려 즐거워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지방 출신이어서 배우고 싶었다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독특해서 좋다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유학시절에 사귄 친구들은 대부분 일본 관서지방 출신이 많아서 그런지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일본어의 경우. 내가 관서사투리를 사용하면 굉장히 신기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람이 많다. 너 한국인이잖아? 관서 사투리?라는 반응을 보낸다. 한국에서도 그렇듯이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도 도쿄 출신인 사람들 이외에도 일본 전역 각지에서 상경해서 도쿄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일을 하거나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직원들이나 알바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 사투리에 대한 이야기의 소재가 하나 더 늘어나서 더욱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생긴 것 같았다.
내가 일을 했던 미술관은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이곳에는 표준어를 구사하는 도쿄 출신의 사람들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다. 국적, 연령, 성별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끊임없이 방문하고, 그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했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하면서 머릿속에 있는 지식으로 대화를 한다. 그렇기에 접하지 않은 외국어인 경우에는 못 알아듣는 게 당연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방언. 사투리도 동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일본어를 수년간 공부를 하면서, 교과서에서 사투리를 제대로 된 사투리를 다루는건 본 기억이 없었다. 오히려 한자, 문법, 비즈니스적인 부분만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일본에서 몇년간 살면서 우리가 배운 일본어가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전혀 다른 의미로 적혀있는 경우도 있었고. 교재에서 배우는 언어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 현장에서는 정말 많았다.
물론 나도 업무에 있어서 깔끔한 비즈니스 용어, 비즈니스 표준어 말투를 사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관서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더욱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더욱 유창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던 하나의 장점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두 가지의 언어로 네 가지의 방법으로 소통이 가능하다니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