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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삣 Aug 02. 2020

종 3 파고다공원을 지나며

사는 맛 레시피(씁슬한맛)

인사동에 갈 일이 있어서 충무로에서 1호선 전철을 갈아타려는데 할머니 세 분이 3호선에서 1호선을 갈아타지 못한 체 헤맨다.


"길 잃으면 처음으로 다시 가서 시작하면 되지".

"이런 것쯤이야 "

" 아이고 깔깔깔"웃으시는데 다시 가다 다칠까 위험하게 느껴졌다. 길을  물어보면 될 텐데  할머니들도 호기를 부리시는 건지 친구들을  모처럼 만나서 노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꼬였던 으로  다시 가시는 것 같았다. 할머니들도  단체가 되면 군대처럼 강해지는 것 같다는 걸 느꼈다


1호선 전철 종로 3가에서 내려서 인사동 쪽으로 걸어갔다.


종 3 육의전 거리는 송해 거리로 바뀌었고 송해 동상이 있다.



 노익장을 한 것 부리는 전국 노래자랑 MC인 송해는 노인들의 아이돌 아니던가?


 색소폰 아코디언  기타 등의 악기점과  알록달록한 깡패들이 선호하는 복잡한 문향의 원색적인 옷들을 파는 가게 등도 있는데  나이 들수록 눈이 나빠져서 노인들은 선명한 색깔의 옷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 비의 음식점도 즐비한데 유진 냉면집 선지 국밥집 등이 있고 영화 박카스 아줌마의 이야기인'죽여주는 여자' 영화배경인 된  파고다 공원이 보인다.


파고다공원은 코로나로 폐쇄되었는데도 노인들은 모여서 뭔가를 모의하고 확성기를 틀어대고 비둘기는 술 취한 노숙자들의 토사물을 먹고  바닥은 지린내를 풍긴다.


 할아버지 중창단들은 어그러질 듯 땡볕에 서서 죄 없는 예수를 등에 고 장사하듯 찬송가를 목청껏 불러댄다.  점심시간인지 공원 노숙자들은 무료식 먹으러 가서 문간의 그늘에 벽돌로 눌러놓은 신문지만 펄럭인다.


최초 공원파고다공원에는 여러 가지 유물들이 있다. 원각사지 10층 석탑, 3.1 운동 기념 부조, 보물 제3호 대원각사비, 3.1 운동 기념탑, 손병희 선생의 동상 등 역사 유물 공부할 것들이 많다.


100년 전 만세 삼창하고 독립선언문 발표하던 33인과 손병희 선생은 100년 후의 파고다공원을 어떤 식으로 상상했을까? 독립만 하면 미래는 파라다이스일 거야 했을까? 파고다 공원도 술 취한  노인처럼 낡아있다.


 갑자기 100년 후의 파고다공원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긴 했지만 그냥 지금을 살아갈 뿐이다. 


나 역시 나이 들수록 지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이 빛나고 지혜로운 노익장으로 살아갈지 정신줄 놓은 주책 노인으로 살아갈지는 모르지만 짱짱하게 늙고 싶다. 


열심히 산 사람은 70이 넘으면  인생의 참맛을 알고 그때부터  이 모작 인생을 산다는데 젊음의 정신과 도전정신은 끝까지 잃지 말아야겠다. 인생 끝점이 보이면 '잘 놀다 간다' 할 만큼만 살고 싶다.

뭐든 자세가 중요하니 어깨 힘 빼고 가슴과 허리도 펴고 걸음 우아하게  인사동을 향해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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