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국물 품은 동그랑땡 김치 나베
사는 맛 레시피(감칠맛)
"어디 있는 거야 내가 검은 봉지에 잘 싸 두었는데 말이야"
수정과에 넣을 잣을 냉장고 속에서 찾는 엄마의 말소리가 시작이었다.
'뒤적뒤적'
지난 구정 때 친정엄마의 냉장고 속을 청소를 했다.
냉장실은 플라스틱 반찬통으로 꽉 차 있다.
고추장아찌 마늘장아찌 등 엄마의 최애 반찬들이다.
야채칸 서랍은 약으로 꽉 차 있어서 남동생은 급기야 " 엄마 유효기간 지난 것은 버려요 약 모으는 게 취미라니까"하며 싫은 소리를 한다.
" 놔둬 다 필요하니까" 엄마의 만류로 약을 버리지 못했다.
간식류인 박카스 같은 음료나 초코파이 견과류 껌 종류도 잔뜩 있어서 다 내려서 분류해서 다시 넣었다. 냉장실 음식은 엄마가 버리지 못하게 해서 버린 것은 없었다.
"엄마 냉장고가 음식으로 꽉 차있으면 냉장이 잘 안돼요" 엄마가 손이 안 가는 것은 버려요"
"놔둬"엄마의 카리스마에 깨갱할 뿐이다.
문제는 냉동고였다.
검은 봉지의 정체모를 식재료들이 돌산을 이루어서 꺼낼 엄두가 안 났다.
떡 생선과 섞여있는 묵직한 검은 봉지를 발견했다.
"그것 꺼내 봐라 동그랑땡인데 나눠서들 가져가"
다른 음식은 엄마는 계속 놔두라고 하니 냉동고 청소를 포기하기로 했다. 동그랑땡만 간신히 꺼냈는데 한 보따리다.
엄마의 갑갑함이 또 느껴지는 순간이다.
"너희들 나눠 주려고 한 다라이 가득 만들었다"
"엄마 기름에 지진 음식은 오래 두면 안 돼 다음에는 조금 만들어요" 하지만 손 큰 엄마는 안 하면 안 했지 푸짐하게 할 거라는 걸 안다.
명절에는 푸짐하게 해서 나눠먹는 맛이라고 하지만 전은 앉은자리에서 부쳐 먹어야 맛있지 한번 기름에 지진 음식들은 기름이 산화되면서 상할 수 있고 오래되면 전 냄새로 맛도 좋지 않으므로 제대로 된 요리사들은 절대 뒀다가 먹지 않는다.
동생들은 " 엄마 요새 집에 먹을 사람이 없네 난 안 가져갈래" 요리조리 빼고 다 내 차지가 돼버렸다.
"큰애가 가져가라 군소리 없이 잘 먹잖아"
저 버리기 아까운 동그랑땡의 산을 어찌할까 하다가 집에 와서 먼저 저녁으로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에 동그랑땡을 넣었다. 그런데 호응이 영 별로다.
남편이 "이 동그랑땡 맛이 영 안 좋네"하며 동그랑땡을 옆으로 밀어놓는다.
레인지에 데워 맥주 안주로도 내리먹었으나 질리기도 해서 요번에는 김치 나베우동에 돈가스 대신 동그랑땡을 넣었다. 묵은지와 멸치육수 덕에 시원하고 꽤 괜찮다. 김치 국물이 들어간 음식은 역시 최고다. 김치 국물이 스며든 동그랑땡은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 속 전보다 어우러져서 맛이 좋았다.
또 동그랑땡에 집에서 누룩과 조 밥으로 만든 막걸리 함께해서 먹으니 봄날의 브런치가 완성이 되었다.
그러고도 냉동고에는 동그랑땡이 더 남아있다.
"아휴 저걸 언제 먹지"
아까우니 버리지도 못하고 했지만 시장할 때 밥 대신 야금야금 먹으니 맛있었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다"
동그랑땡을 이렇게 저렇게 먹으니 다 먹어갔다.
아 그 맛이 질렸었는데 다 없어지니 그리운 것은 뭔가? 김치나베우동 위의 동그랑땡 때문에 한 번 더 만들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