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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삣 Mar 23. 2021

김치 국물 품은 동그랑땡 김치 나베

사는 맛 레시피(감칠맛)


                            

"어디 있는 거야 내가 검은 봉지에 잘 싸 두었는데 말이야"


수정과에 넣을 잣을 냉장고 속에서 찾는 엄마의 말소리가 시작이었다.


'뒤적뒤적'


지난 구정 때 친정엄마의 냉장고 속을 청소를 했다.


냉장실은 플라스틱 반찬통으로 꽉 차 있다.

고추장아찌 마늘장아찌 등 엄마의 최애 반찬들이다.


야채칸 서랍은 약으로 꽉 차 있어서 남동생은 급기야 " 엄마 유효기간 지난 것은 버려요 약 모으는 게 취미라니까"하며 싫은 소리를 한다.

" 놔둬 다 필요하니까" 엄마의 만류로 약을 버리지 못했다.


 간식류인 박카스 같은 음료나 초코파이 견과류 껌 종류도 잔뜩 있어서 다 내려서 분류해서 다시 넣었다.  냉장실 음식은 엄마가  버리지 못하게 해서 버린 것은 없었다.


"엄마 냉장고가 음식으로 꽉 차있으면 냉장이 잘 안돼요" 엄마가 손이 안 가는 것은 버려요"

"놔둬"엄마의 카리스마에 깨갱할 뿐이다.


문제는 냉동고였다.


검은 봉지의 정체모를 식재료들이 산을 이루어서 꺼낼 엄두가 다.


떡 생선과 섞여있는 묵직한 검은 봉지를 발견했다.


"그것 꺼내 봐라  동그랑땡인데 나눠서들 가져가"


다른 음식은 엄마는 계속 놔두라고 하니 냉동고 청소를 포기하기로 했다. 동그랑땡만 간신히 꺼냈는데 한 보따리다.


엄마의 갑갑함이 또 느껴지는 순간이다.


"너희들 나눠 주려고 한 다라이 가득 만들었다"

"엄마 기름에 지진 음식은 오래 두면 안 돼 다음에는 조금 만들어요" 하지만 손 큰 엄마는 안 하면 안 했지 푸짐하게 할 거라는 걸 안다.


명절에는 푸짐하게 해서 나눠먹는 맛이라고 지만 전은 앉은자리에서 부쳐 먹어야 맛있지 한번 기름에 지진 음식들은 기름이 산화되면서 상할 수 있고 오래되면 전 냄새로 맛도 좋지 않으므로 제대로 된 요리사들은 절대 뒀다가 먹지 않는다.


동생들은 " 엄마 요새 집에 먹을 사람이 없네 난  안 가져갈래" 요리조리 빼고 다 내 차지가 돼버렸다.


"큰애가 가져가라 군소리 없이 잘 먹잖아"


버리기 아까운 동그랑땡의 산을 어찌할까 하다가 집에 와서 먼저  저녁으로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에 동그랑땡을 넣었다. 그런데 호응이 영 별로다.


남편이 "이 동그랑땡 맛이 영 안 좋네"하며 동그랑땡을  옆으로 밀어놓는다.


 레인지에 데워 맥주 안주로도 내리먹었으나 질리기도 해서 요번에는 김치 나베우동돈가스 대신 동그랑땡을 넣었다. 묵은지와 멸치육수 덕에 시원하고 괜찮다. 김치 국물이 들어간 음식 역시 최고다. 김치 국물이 스며든 동그랑땡은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 속 전보다 어우러져서 맛이 좋았다.


동그랑땡에 집에서 누룩과 조 밥으로 만든 막걸리 함께해서 먹으니 봄날의 브런치가 완성이 되었다.


그러고도 냉동고에는 동그랑땡이 남아있다.


 "아휴 저걸 언제 먹지" 


아까우니 리지도 못하고 했지만 시장할 때 밥 대신  야금야금 먹으니 맛있었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다"


동그랑땡을  이렇게 저렇게 먹으니 다 먹어갔다.


아 그 맛이 질렸었는데  다 없어지니 그리운 것은 뭔가? 김치나베우동 위의 동그랑땡 때문에 한 번 더 만들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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