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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삣 Jan 26. 2022

친정엄마가 구운 곱창김

사는 맛 레시피

구정 전에 한가로운 시간이 생겼다.


일주일 정도 디저트를 배울 기회가 있어서 종로 제과 학원에 등록을 했다.


가보니 평균 연령이 35세였는데 아마 내 나이가 평균을 많이 올려놓은 것 같다.


 다른 수강생들은 그야말로 30세 차이나는 어린  자식 같은 mz세대들이었다.  나와는 한세대가 훌쩍 넘은 세대다


mz세대들과 대화하며 디저트를 만들다 보니 나도 젊어지는 느낌이었다. 뉴스에 나오는 여러 가지 현실적 이유로 애처롭게 본 젊은 세대였는데 대해보니 희망차 보여서 맘이 놓였다.  


mz세대들은 욜로족들이 많아서 하고 싶은 것은 참지 않고 하는 것 세계여행을 많이 하는 것 그러면서도 예의 바른 젊은이들이었지만 나름 공황장애를 많이 앓고 있는 듯했다.


강사 선생님도 나보다  한참 어린 선생님이었는데  처음 어색한 분위를 깨려고 그랬는지

"점심 식사는 뭐 드셨어요 저는 엄마가 아침 일찍 일어나 싸준 도시락을 먹었는데 꿀맛이었어요"


"맞아 엄마가 해준 음식이 제일 맞있지"맞장구를 치니 내 앞 mz세대 짝지가 웃는다.


"왜 웃어?"


"음식을 해줄 나이신 것 같아서요."


해서 나도 모르게"엄마 나도 있어"해버렸다.


 그러고 나니 엄마도 돌아가신 외할머니 음식 솜씨를 그리워하고는 했었다.


구정이 되면 마루 가득 만두를 쪄서 식히던 일 식혜, 수정과를 만들고  아랫목에 청국장 띄우고 외삼촌이 늦게 일하다 오면 이불 사이에서  따끈한 밥주발을 꺼내고 두부 지짐이를 보글보글 끓였다. 그런 밥을 먹 고지 낸 외삼촌은 두부처럼 부드럽고 느긋한 성품을 가지고 계신다.


엄마의 밥에는 힘이 있다. 다른 반찬 없이 감자 풋고추 된장찌개에만   밥 한 그릇 비벼 먹어도  힘이 나는 정성이 깃든 음식에는 에너지가 있는 듯했다.


학원에서 그날은 호두파이를 만드는 날이었는데 만든 호두파이를 들고 엄마네로 갔다.


나이가드시니 달달한 걸 좋아하는 엄마와 호두파이와 커피를 먹으며 학원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듣고 난 엄마는"나처럼 못생긴 엄마라도 있는 게 났지"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아프지 말고 곁에 오래 계셨으면 좋겠다.


엄마는 벌써  미국에 있는 딸에게 보내줄 겨울 진미 곱창 김을한 보따리 싸놓고 나머지 딸들에게 줄 김 반은 구워서 잘라놓고 있었다.


집에 와 조선간장에 곱창김을 싸 먹으니 김이 달디달았다. 굽고 자르는 과정에서 엄마의 손맛이 더 들어간 것 같았다.


"내가 하면 이맛이 안나던데"


다시 한번 학원 mz세대 짝지에게 말하고 싶다."나도 엄마 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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