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한 알

어쩌면 삶은 소금커피와 레몬케잌(신맛)

by 달삣

올여름엔 포도를 엄청 먹었다.

가장 맛난 포도알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마치 초등학교 소풍 때 '보물찾기'놀이나 학교 앞 문방구'선물 뽑기'놀이하듯 했던 것 같다.


"뭐야 꽝이쟎아 맹탕이야 이 포도는 왜 이렇게 셔"맛있는 포도 찾기가 어려웠다. 달거나 신맛들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쥬서기에 갈아서 주스로도 많이 먹었다.


몇 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우울해서 손하나 까딱 하기 싫을 정도로 무기력했었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없고 사람들의 '깔깔 호호' 도 이해하지 못했다.'뭐가 그리 재밌을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픈 주위 사람들만 늘어 가고 시간이 많은 내가 돌봐야 했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적이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힘든데 그들의 수발로 더 힘이 들었다.


간병하다 우울증 걸린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뭔가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할 것 같아서 건강보조식품도 먹었지만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이 포도 한 상자를 주었다.

"언니 이 포도 농약 안친 거라는데 좀 먹어봐"

"내가 포도 한가롭게 한 알씩 먹을 정신이 있냐?"

뒀다 갈아먹을게" 하며 받아서 냉장고에 처박아 두었다.


포도를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새콤한 뭔가를 뭔가 당겨서 포도를 꺼내 씻어 포도 한 알을 무심코 씹었다.


그 순간 씹기 전과 씹은 후가 완전히 달랐다.


"뭐야 왜 이렇게 맛있어

뉘 집 자식인데 이렇게 이렇게 잘 자랐어"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맛의

뇌중추에서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펑 퍼 펑"신맛과 단맛 조화일 뿐일 텐데 인생의 맛 그 맛들이 다나와 합창하는 것 같았다.


마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깨달았다.


'죽고 싶지만 포도는 먹고 싶다'.라는 책이라도 써야 할 듯했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가 야구장에서 홈런볼이 날아가는 걸 보고 "소설을 써야겠다"라고 느꼈다는데 "정말 그럴까"하고 의구심을 갖 있었지만 이 순간은 내가 그러고 싶었졌다


'이 포도를 먹어 보세요 몸에 좋고 영혼에도 좋은 포도를요' 하며 글을 쓰고 싶었다.


나는 '미쳤군'하며 피식 웃었다.


이 포도 한 송이의 맛을 보기 위해 생을 더 끌어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포도 신 접신하듯 말이다.


그다음 포도도 먹어 봤지만 여느 포도와 똑같았다

그다음부터는 포도 철이 나오면 포도를 먹기 시작했는데 그때 먹었던 그 포도맛은 찾을 길이 없다.


하지만 한순간의 좋은 기억이 평생을 이끌기도 하고 단 한 번의 나쁜 기억으로 끝을 내기도 한다.


옷깃만 스쳤을 뿐이데도 좋은 인연이 되고 단 한 번의 미소로 사랑에 빠지고 말 한마디 몸짓 하나로 이별인 경우도 많다.


전쟁 피난길에 인파에 밀려 손끝을 놓쳤을 뿐인데 영영 이별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 단 포도가 생을 끌어올리듯

그 맛을 찾기 위해 얼마나 살아야 하는가.


매일매일 마중 나간다. 포도맛처럼 나를 살게 해 주는 미각을 찾아서' 영화 5일의 마중 ' 여주인 공처럼 말이다.


'5일의 마중 영화처럼 내 곁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때 그 기억으로 기운을 차린 포도를 마중하며 산다. 언젠가 또 만나게 될' 포도 한 알 '

이미지 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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