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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맛있는것만 먹을수는 없쟎아
11화
애착 반지를 잃어버렸다.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Aug 13. 2021
'덜그럭 덜그럭'
음식 먹을 때
마치 이빨과 해 넣은 이빨 틀이 맞지 않아서 불편하듯
새끼손가락에 낀 군청색
아이올렛 반지가 여름 내내
새끼손가락에서 커서
겉돌았
다.
반지 끼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중년이 되니 작고 반짝이는 것들이 좋아지고 보기에도 손이 예뻐 보여서 반지를 끼기를 시작했는데 세수할 때도 잘 때도 빼질 않아서
나의
분신 격인
애착 반지 인 셈이 되었다.
아이올렛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왼쪽 새끼손가락에 꼈다. 오른쪽으로 꼈다를
여름
내내 반복을 했다. 그러다가 반지를 잃어버렸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차라리 빼놓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원래 약지에 맞춰서 낀 반지였는데 늘 끼고 있다 보니 약지 반지 자리가 눌림이 심하게 생겨서 새끼손가락에 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른쪽에 낀 반지가 아이패드로 그림 그릴 때 걸리적거려서 왼쪽으로
옮겨 낀 것
같은데 사라졌다. 그때 이후로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아니면 국수 삶을 때 맨손으로 국수를 헹구다가 개수대로 빠졌나 싶어서 음식물 쓰레기통과 개수대도 살펴보았으나 없었다.
옷 주머니 , 침대 , 소파 밑을
살펴보아도 없다.
군청색 지중해 바다를 연상하는 아이올렛 반지
알색
때문에 더울 때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리며 그리스
산토리니
앞
바다를
상상하기도 했었는데 입추도 잘 넘기고는 매미가
극악을 떨며
울어 제키는 말복날 반지를 잃어버린 거였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반지 찾기를
그만두기로
하면서
왜 잃어버리게 된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그 더운 날에도
내 손가락을
떠나지 않았던 반지가 어느 순간부터 불편하고 걸리적거리기 시작했지만
늘 끼던
반지를 빼놓자니 허전해서 이리저리 옮기며 막 굴리다가 어느 순간에 잃어버린 게 된 것이다.
이렇게 물건에도 인연이 있는듯한데 문득 인간 관계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가까이 있는 지인들 중에
항상 곁에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은 설렘도 떨어지고 무관심해지고
긴장감이 떨어져
예의를 덜 차리며 덜그럭 거리며 소원의 관계가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에 끝이 난다.
그렇게 인연이 끝난 것들은 어느새 내 곁을 떠나간다. 섭섭하긴 해도 설렘이 없어졌기 때문에 미련은 남지 않는다.
이럴 때는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며
악의를
갖지 말고 쿨하게 보내줘야지
서로
질척거리면 추한 꼴만 보게 될 뿐이다.
반지도 나와 인연이 있으면 어디선가
또
나오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FM 라디오에서
디제이가 잃어버린 반지를 이사할 때 장롱 밑에서 찾았다는 독자 사연을
읽어주며
시그널 음악을
내보낸다. 웃음이 나왔다. 꼭 내 반지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애착 반지야
또 보자'
keyword
반지
그림
인연
Brunch Book
늘 맛있는것만 먹을수는 없쟎아
09
여름을 보내며 해먹은 병아리 콩전과 두부
10
새벽녘의 승강기
11
애착 반지를 잃어버렸다.
12
찬게싫어지면 여름이 가는 거다
13
미니멀 라이프 말처럼 쉽지 않다
늘 맛있는것만 먹을수는 없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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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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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본 골목길이나 시장통 구경하며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이웃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생맛 레시피에는먹는 맛과 사는맛이 닮아있다. 그걸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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