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너무 많은 죄책감을 가질필요는 없다고말하고 싶다. 사실, 지금의 내 관리능력 뒤엔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구입한 식물이 내게 맞지 않았거나 환경조건에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 3일에 한 번씩 물 주시면 돼요. "
관리법을 묻는 손님들의 질문에 선임은 한 달이라는 인수인계 기간 내내같은 말만 반복했다. 식물이라고는 키워 본 적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뭔가 이상했다. 50센티 떡갈 고무나무와 30센티 오렌지 재스민을 똑같은 방법으로 관수할 리가 없으니까.
나중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 선임은 식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알고자 하는 최소한의 성의나 책임감 같은건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여기서 말하는 '나중에' 는 '강남 꽃 학원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을 내고 플랜트 학원장에게 기초지식을 어렵게 배운 후에 300개가 넘는 화분을 1년 동안 관리 한 그다음에'를 뜻한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동의할 거다. 때로는 책에서 하라는 대로 해도 실패한다는 것을. 그리고 왜라는 의문의 소용돌이가 직접 눈으로 보며 만들 수 있는 동영상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된다는 것을. 이건 재료의 계량화를 통한 수치의 공유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고 음식의 상태를 단계적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요리의 특성 때문 일거다.
반면에 내 베란다의 화분을 죽이지 않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어떤 유튜버가 내 집과 똑같은 채광, 통풍 조건을 가진 집을 동일 자재로 지은 다음 유전자 복제를 거친 쌍둥이 식물을 동일 배합토, 재질 및 크기를 가진 화분에 심고 그것을 365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을 한다면.... 가능하다.
마트에 간다. 식물 코너가 있다. 쭉 둘러본다.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예쁘다고 생각한다. 카트에 담는다. 이건 백퍼 실패할 프로토콜이다. 얼마 후 쓰레기통에 내 실수를 또다시 던질 거다.
'키우고 싶다'가 아니라 '왜 키우고 싶은가'. 이 질문에서 플랜팅은 시작된다. 공부 없이 시작하는 플랜터들의 목적은 집에 푸른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일 거다. 그러면 어느 정도 사이즈를 갖춘 튼튼하게 생긴 것들이 적절하다. 예쁜 꽃이 핀 10센티짜리 갈색 플라스틱 화분은 고수들의 것이지 결코 초보자의 것이 아니다.
식물 공부가 어렵다면 내 집의 조건을 알면 된다. 이건 한 두 개의 관찰 결과만 기억하면 되니 그리 많이 번거롭지는 않을 거다.
가구를 살 때도 최소한 방의 크기를 재고 놓을 자리 정도는 미리 정해놓고 간다. 마찬가지로 꽃집에 가서 해야 할 첫 과정은 '이 화분 물 며칠마다 줘야 돼요'가 아니라 '하루 3시간 오후에 빛이 들어오는 방 창문 앞에 둘 초보자용 식물을 추천해 주세요'가 맞다.
그다음은 오롯이 관리하고 공부하는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뭘 하고 있는지 아는 만큼 식물의 종류가 결정될 것이며 얼마나 성실하냐에 따라 양과 결이 차별화될 것이다.
그럼, 모든 초보 식집사들
파이팅.
TMI: 이리저리 복사를 하고 옮기는 중에 구체적인 식물관리법을 담은 글이 통째로 날아갔다. 처음 생각은 시리즈로 5 에피소드를 쓰는 것이었으나 지워진 다음에야 깨달았다. 힘들게 얻은 경험의 요약을 오픈할 준비가 되지 않은 내 진심을.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