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줄도 알아야지!”

더운 것, 배고픔, 심심함

by 안효원


“아빠, 참을 줄도 알아야지!”


한글도 모르는 여섯 살짜리에게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기가 차 허허 웃음만 났다. 때는 서산에 해가 걸렸을 무렵, 장소는 모가 자리 잡은 논. 유치원에서 돌아온 2호를 데리고 논에 갔다. 물을 보러 간 건데, 아이한테는 ‘개구리 보러 가자’라며 꼬셨다. 엄마와 누나가 좋은 시간 보내라는 배려라면 배려. 그것도 모르고 인기척이 나면 후다닥 사라지는 올챙이에 푹 빠졌다.


할 일 다 하고 집에 가려는데, 아이는 일어설 줄 모른다. “아빠, 올챙이 잡아줘.” 두 손으로 올챙이를 건져주면, 해맑은 얼굴로 한참을 바라보다 논에 놔준다. 집에 있는 1호에게 전화가 왔다. “빨리 와 저녁 먹어야지. 지금이 몇 신줄 알아? 아빠도 참!” 여덟 살짜리에게 핀잔을 듣고, 아들을 재촉했다. “아빠 배고파, 빨리 가자.” 그랬더니 근엄한 얼굴로 한 말이 바로 이것.


평소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더운 것, 배고픔, 심심함은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 힘든 건 알지만, 그걸 못 참고 짜증 내면, 인생 끝이야!’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 말을 자연스레 몸에 익히길 바란다. 일을 멈추면 나한테 안 좋고, 짜증을 내면 남한테 안 좋다. 대신, 이것 말고는 아이들한테 바라는 게 별로 없다.


아이에게 한 소리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절묘한 타이밍에 내가 한 말을 사용하는 저 능력, 무엇보다 기억하고 있다는 게 고마웠다. 기억하다 보면, 인생의 어느 중요한 순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겠지. 네 인생은 너의 몫. 내 인생을 걸고 하는 하나의 실험, 성인이 된 아이 삶에 간섭하지 않기. 그전에 아이에게 무엇을 더 가르치고, 해줄 수 있을까.


주말에 새벽부터 일하고 땀 샤워를 하고 돌아와 거실에 누웠더니, 2호가 냉큼 올라탔다. “아빠, 놀자.” “아빠가 더운데 일 많이 하고 와서 지금 너무 힘들어. 잠깐 쉬고 놀자.” 그랬더니 하는 말, “아빠, 더운 것도 참을 줄도….” 더 험한 소리 듣고 싶지 않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신비아파트 강림이 칼을 들고 칼싸움을 했다. 아, 그냥 참으란 말을 하지 말까? 고민이다!


20200610_174854.jpg 아버지는 아들이 고된 시골살이를 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나는 걸음걸이마저 똑같은 농부가 되었다. 나는 아들이 무엇이 되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자유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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