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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댁민댕씨 Sep 25. 2021

걷기를 즐겨 하는가?

얼마 전 읽게 된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라는 책 속에서 나에게 던져진 주제 하나를 만났다.

'걷기를 즐겨 하는가?'라는 문장을 읽고 작년의 기억을 떠올렸다.


작년에 막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다.

막내들을 키우는 동안 이사 와서도 조용히 잠들어 있던 내 초록색 빈티지 자전거는 미안하게도 먼지를 뽀얗게 덮고 그 긴 시간을 외로이 지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꺼내놓은 자전거는 멀쩡할리 없었다. 그동안 맞은 눈과 비 그리고 바람들로 안장 뒤에 놓인 어린이 안장은 사이사이 녹이 슬어 있었고 먼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자전거 가게에 들러 바퀴를 갈고 또 갈고를 반복했지만 왜인지 바람이 빠지고 말았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안에 무언가가 박혀서 바퀴를 찌르고 있었다고 했다. 사장님 말씀이 바퀴만 갈 때는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하셨다. 결국 바퀴 전체를 갈아내고서야 자전거를 다시 탈 수 있었다.


그 더웠던 8월, 아침 6시 기상과 함께 나는 자전거를 타고 우리 동네 호수공원 한 바퀴를 돌았다.

6시 기상을 미라클 모닝이라 말하면 누군가는 그런다.

"미라클 모닝은 4시 정도에 일어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을 두고 미라클이라 부르는 게 아니라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아침 시간이야 말로 진정한 미라클 모닝이 아닐까?


처음으로 6시에 일어나 나의 미라클 모닝이 시작되었다. 누구보다 아침잠이 많고 또 누구보다 게을렀던 나였지만 갑자기 그러고 싶어졌다. 나는 무엇이든 갑자기 시작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갑자기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몸으로 바로 실행하는 편이다.


미생에 나온 명대사 중 이런 말이 있었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모두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라는 대사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어떤 책에서도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지금 딱히 할 일이 없다면 그냥 나가서 걸으라고, 그러고 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그 체력으로 하고 싶은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그냥 나가서 자전거나 한 바퀴 타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게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되고 도 몇 달이 되었다.


여름은 너무도 짧았고, 쌀쌀해진 가을날까지는 잘 견디며 나는 맑은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비가 오는 날이면 책을 읽으며 보내는 나를 위한 아침 시간으로 채워져 갔다. 그도 잠시 겨울이 되면서 춥다는 이유와 함께 방학을 보내며 나의 미라클 모닝은 점점 잊혀 가고 있었다.


미루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 아침의 시간이 그립고도 목말랐다. 유난히도 많이 내리던 눈 때문에 길고도 길었던 그 겨울을 다 지내고 나서도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

그리고 우연히 4월에 시작한 등산, 그 일을 시작으로 나는 나의 미라클 모닝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등산을 가기로 약속한 날이거나 아침에 비가 온다면 집에서 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였다.

그렇지 않은 날이면 무조건 공원으로 나갔다. 다시 자전거를 타지는 않았지만 걷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았다.


하루하루 나를 위해 채워가는 시간들이 꽤나 즐겁고 행복했다. 귀찮다 싶은 날도 결국 몸을 일으켜 공원으로 향하고 나면 또다시 마음속으로 외친다. '오늘도 나오길 참 잘했어!'라고 말이다.

매일 같은 컨디션으로 기계적으로 행동하면 좋으련만, 사람이라는 게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좋다고는 하지만 그런 와중에 나와의 약속을 가끔씩 어기기도 했다.


때 마침 온라인으로 새벽 기상 모임을 보게 되었고, 나는 그곳의 힘을 빌려 더욱 열심히 기상하기 위해 애썼다. 처음에는 이게 얼마나 나에게 큰 영향이 될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 덕에 나의 루틴은 훨씬 단단해졌다.

인증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정말 힘들어 죽겠는 날도 어김없이 일어나 인증을 했다. 시간은 6시에서 5시 40분까지도 당겨 보았다. 그러고 나니 참 귀찮은 일인 것 같지만 또 막상 일어나 보면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하던 안 하던 아침이 지나고 나서의 내 몸과 마음은 비슷한데 말이다.

혼자라는 생각에 조금은 여유롭고 느슨하게 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독서와 걷기 두 가지로만 내 시간을 보내는 게 다였는데, 함께 모여 새벽 기상을 하다 보니 얻어가는 것이 정말 많았다.

정말 놀라운 것은 다들 체계적으로 모닝 루틴을 실천하고 있었다.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일어나  물 한잔과 함께 모닝 스트레칭을 하고 유산균을 챙겨 먹고 그다음 책일 읽거나 신문을 보거나 또는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가지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하고 정말 제각각 자신이 원하는 일을 블록처럼 쌓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도움으로 나는 나만의 모닝 루틴을 만들었다.

따뜻한 물 한잔과 함께 나도 모닝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매일같이 잊어버리던 유산균 챙겨 먹는 일도 목록에 넣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늘 그랬던 것처럼 책을 읽거나 공원으로 나가 한 바퀴 걷고 오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나의 인스타그램 속에는 하루하루 변화한 공원의 모습을 담아 갔다.


원래도 걷는 걸 참 좋아했다. 하지만 어디를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던 것뿐이지 나를 위해 나를 챙기며 걷기를 시작한 것은 올 해가 처음이었다.

또 한 번의 방학을 보내고 나는 또 느슨해져 버렸지만, 그래도 걷기를 즐기는 내 마음의 줄은 절대 놓고 싶지 않다.


또 누군가는 그런다. 매일같이 걷는데 왜 살은 안 빠져요? 살을 빼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식단도 조절하고 더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 또한 어렵고 나는 조금이나마 체력을 다지고자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살이 찌고 빠지는 일이 대해 아주 깊이 생각해 보질 않았다. 빠지면 당연히 더 좋겠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내 몸에게도 조금은 미안하다. 식탐 많은 주인을 만나 고생하다고!

그래도 등산과 걷기를 반복하던 그때는 조금 빠지기도 했었는데, 아쉽다!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졸린 눈을 비비며 알람에 눈을 뜬다.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고 유튜브로 모닝 스트레칭을 검색한다. 스트레칭이 끝나면 유산균을 먹고 옷을 갈라 입는다. 그리고 에어팟을 귀에 꽂고 핸드폰을 챙겨 운동화를 신는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다.


매일같이 느끼는 날씨의 변화 공기의 변화 그리고 꽃들과 새들의 변화를 느끼며 내 체력도 채우고 내 마음도 채운다.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흥얼거리는 날이면 아침부터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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